2009년 ‘성상납 강요’ 사실을 폭로하고 자살한 배우 장자연씨 사건을 재조사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25일로 22만명을 넘겼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또는 관련 부처 장관이 공식 답변을 내놓기로 한 ‘한달 안 20만명 참여’ 기준을 충족시켰다.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 대한 국민의 분노 어린 진상조사 요구에 청와대가 답변해야 할 때가 됐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검찰도 국민의 뜻에 응해야 한다.
이 사건의 핵심 단서는 장자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남긴 ‘장자연 문건’이다. 이 문건에는 언론사 사장, 방송사 피디, 재계 유력인사들에게 여러 차례 술접대와 성상납을 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장씨는 이 문건에서 끊임없이 술자리를 강요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접대해야 할 상대에게 잠자리를 강요받아야 했다는 고백도 했다. 어머니 기일인데도 제사에 참석하지 못하고 술자리에 불려나갔다는 비통한 내용도 있다. 장씨는 이 문건에서 조선일보 사주의 가족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수사기관은 이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가 되자 대대적으로 수사를 시작했지만, 사건의 핵심인 ‘성상납 강요’는 파헤치지 못한 채 곁가지 수사에만 머물렀다. 장씨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가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을 뿐, 나머지 거론된 인물들은 처벌은커녕 일부는 소환조사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 언론사 사주가 관련된 탓에 봐주기 수사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무성했으나 사건은 그것으로 종결되고 말았다.

2009년 11월 4일 열린 고 장자연씨 등 억울하게 죽어간 여성연예인들의 넋을 달래는 씻김굿 행사.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인 진도씻김굿 보존회 소속의 강은영씨가 지전무를 추며 장씨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09년 11월 4일 열린 고 장자연씨 등 억울하게 죽어간 여성연예인들의 넋을 달래는 씻김굿 행사.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인 진도씻김굿 보존회 소속의 강은영씨가 지전무를 추며 장씨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장자연 사건은 최근 우리 사회를 강타한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장씨가 남긴 문건 내용은 끝없이 되풀이된 권력형 성폭력의 한 유형이다. 장씨는 목숨까지 던져가며 자신이 당한 일을 세상에 알렸다. 청와대 게시판에 ‘장자연 죽음의 진실을 밝혀 달라’는 청원을 올린 이는 “힘없고 빽없는 사람이 꽃다운 나이에 한 많은 생을 마감하게 만들고 버젓이 잘 살아가는 이런 사회가 문명국가라 할 수 있나요”라고 썼다. 외면할 수 없는 물음이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26일 장자연 사건을 재조사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과거사위가 올바른 결정을 내려 사건 진실이 이제라도 온전히 드러나기를 바란다. 그것이 고인의 억울함을 푸는 길이자 또 다른 장자연이 나오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