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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남북정상회담, 이젠 정말 한국이 한반도 ‘운전석’에 앉을 때다

등록 :2018-02-11 17:52수정 :2018-02-11 20:43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주말 청와대 오찬에서, 북쪽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과 방북 초청이 이뤄졌다. 김정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내려올 때부터 북한 최고지도자 메시지를 갖고 올 거란 추측은 많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빠른 상황 진전이다. 여러 논란과 우려가 있음에도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 제안을 환영한다.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남북한 그리고 미국·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있기를 기대한다.

청와대 발표를 보면, 북쪽 제안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화답했다. ‘조건부 수락’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말한 ‘여건’이란, 유엔의 대북 제재와 ‘코피 전략’까지 운운하는 미국의 강경 일변도 정책의 변화를 뜻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이런 국제 정세를 무시하고 열리긴 어렵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 답변은 신중하지만 현실적이다. 그 여건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남북이 함께 해나가는 게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다.

한국 정부는 올림픽을 계기로 모처럼 맞은 해빙의 기회를 잘 살려나갈 무거운 책임을 안게 됐다.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 기간 중 보여준 행동은 몹시 실망스럽고 우려스러웠다. 북한이 예상 밖의 고위급 대표단을 보낸 건, 기회가 되면 미국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였을 것이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은 개막식 리셉션에서 북한 대표단과 아예 인사조차 나누질 않고 5분 만에 자리를 떴다. 외교적 결례일 뿐 아니라 올림픽을 축하하러 동맹국을 방문한 인사의 행동으론 무례하기 짝이 없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여건을 만들자’는 단서를 단 건, 누가 봐도 미국을 고려한 대답이다. 한국 정부는 그렇게 미국을 배려하며 북한을 대하는데 정작 미국은 한국 정부와 한국민의 정서는 아랑곳 없이 행동한다면 동맹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북-미 관계 진전을 북쪽에 제시했으니, 이제 미국이 그 단초를 열려는 노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비핵화’는 결국 북-미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룰 수밖에 없다는 걸 트럼프 행정부는 인정해야 한다.

미국, 펜스의 무례한 행동 돌아봐야

북한도 미국과의 대화를 위해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그 전에 ‘비핵화 약속’까진 아니더라도 ‘추가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같은 전향적인 행보를 보여주길 바란다. 북-미 관계 개선 없이 남북관계만 멀리 갈 수 없다는 걸 북한 당국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결국 미국과 북한을 한발짝씩 물러서게 해서 돌파구를 열어낼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있다. 문 대통령이 누누이 말했듯이 지금이야말로 한국 정부가 한반도 문제의 운전석에 앉을 때다. 평창올림픽으로 조성된 화해 기류를 북-미 대화로 이어서, 가까운 시기에 남북 정상회담을 꼭 열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위기를 종식하고 도도한 평화의 길을 열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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