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완전 파괴’(totally destroy)하겠다는 호전적이고 원색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말폭탄을 퍼부었다. 미국 대통령이 ‘평화의 전당’인 유엔 무대에서 이처럼 전쟁을 불사하는 듯한 비난을 퍼부은 건 전례 없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뿐 아니라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을 싸잡아 ‘불량국가’(rogue nation)라고 공격했다. 2002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axis of evil)이라 맹비난한 발언을 연상시킨다. 그래도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은 국정연설이라는 국내 무대에서 나왔다. 국가원수 90여명을 포함해 전세계 193개 회원국이 모인 유엔 총회장에서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이런 식의 발언을 내뱉은 건 국제사회엔 충격적인 일이다. 오죽하면 <워싱턴 포스트>가 “깡패 두목처럼 들린 연설”이라 평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그저 북한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향해 “‘로켓맨’이 자신과 그의 정권에 대해 자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리는 등 자극적 용어만 사용했을 뿐이다. 북핵 문제를 풀어낼 어떤 현실적인 해법도 제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발언이 북한으로 하여금 군사적 위협에 굴복해 핵을 포기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더욱 핵을 포기하지 않는 쪽으로 작동할까 국제사회는 우려한다. 특히 ‘북한을 완전 파괴하겠다’는 말은 김정은 정권뿐 아니라 2500만 북한 주민 전체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으로 들린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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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권은 트럼프 발언을 주민 결집용으로 이용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김정은을 돕고 있는 셈이다. 이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보다 국내 지지층을 향해 강경 목소리를 내는 데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제협력의 장인 유엔 총회장에서 “그 무엇보다 미국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며 ‘미국 우선주의’를 거침없이 말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트럼프 연설은 국제사회 불안을 고조하고 한반도 정세에도 불확실성을 더할 게 분명하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되며 평화적 방법으로 북핵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고삐 풀린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정책에 끌려다니지만 말고, ‘압박과 대화’를 병행해서 한반도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기조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회원국들 앞에서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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