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총사령탑은 역시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솎아내는 야만적인 계획에 박 대통령이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제 박 대통령에게는 또다른 직권남용 혐의를 추가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했는지는 정확히 규명돼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혐의만으로도 죄는 차고 넘친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대통령이라면 설사 참모들이 이런 안을 가져와 보고했다고 해도 강하게 질책하고 저지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보인 행태를 보면 블랙리스트 발상의 진원지는 바로 박 대통령 자신일 공산이 크다. 반대편을 포용하는 아량과 배려는 애초부터 박 대통령의 사전에는 없었다. 끊임없는 내 편 네 편 가르기,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과 단체에 대한 극도의 증오와 배척이 그가 줄곧 보인 모습이었다. 눈엣가시 같은 존재는 어떻게든 없애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박 대통령의 집착, 공안통치의 화신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그릇된 충성심, 위에서 시키면 무조건 따르는 영혼 없는 관료들의 무책임이 결합해 탄생한 괴물이 바로 블랙리스트다.
블랙리스트 작성에 최순실씨가 개입했을 의혹도 더욱 짙어졌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문어발식 국정농단을 펼쳐온 최씨가 자신의 ‘전공 분야’인 문화예술계를 가만히 놔두었을 리 없다. 그 분야에서 한몫 단단히 챙기려던 최씨로서는 현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들을 사전에 제거할 필요성도 있었을 것이다. 최씨가 박 대통령을 배후에서 움직였을 소지가 다분한 만큼 앞으로 철저한 특검 수사가 요청된다.
그동안 블랙리스트 문건 자체를 몰랐다고 잡아떼온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들 텐가. 하지만 이들보다 가장 큰 비판을 받아야 할 사람은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제22조를 정면으로 위반하며 나라를 다시 암흑세계로 되돌려 놓았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안 하나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탄핵당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