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8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어영부영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단식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인터뷰에선 “정세균이 물러나든지 내가 (단식하다) 죽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까지 말했다. 이게 국정을 책임진 집권여당의 대표가 할 언행인지 어이가 없다. 여당 대표의 역할과 위상을 스스로 추락시킬뿐더러 ‘단식투쟁’의 의미마저 퇴색시킨다. 대기업 회장이 노조 파업에 항의해 단식농성을 벌이는 거와 하등 다를 게 없다.
이 대표가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국회 국정감사에 참여해달라”고 말한 건 그나마 다행스럽다. 의원들은 ‘대표가 단식하는데 우리만 국회에 들어갈 수 없다’며 거부했다지만, 어떤 이유로도 국정감사 보이콧을 합리화하긴 어렵다. 이 대표도 명분 없는 단식을 끝내고 새누리당도 국정감사에 복귀하는 게 옳다.
이정현 대표의 방송기자클럽 토론회를 보면, 그가 강조하는 ‘국정에 대한 책임’이 국민을 향한 게 아니라 오직 대통령을 향한 것이란 게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대표는 우병우 수석 교체 요구에 대해 “우리 대통령이 갈긴 분명히 갈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 무릎 꿇게 하려 한다면 사람 잘못 봤다”고 말했다. 또 당청 관계가 수직적이라는 지적엔 “여당 대표로서 (대통령에게) 할 얘기는 다 한다”고 말했다. 설령 그의 말이 사실이더라도, 중요한 건 그의 얘기가 국정에 반영될 기미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청와대 참모라면 그런 정도로 ‘내 할 일 다 했다’고 말할지 모르나, 이정현 대표는 대통령에게 민의를 전달한 결과를 국민 앞에 공개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여당 대표가 국정에 책임을 지는 정당한 자세다. 그런데 이 대표는 오히려 국회의 장관 해임건의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노여움을 먼저 헤아려 ‘무기한 단식’이란 극한투쟁을 택해버렸으니, 집권당 대표의 위상과 품위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이 대표는 “정세균 의장이 의회민주주의를 뒤엎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하기 전에 4·13 총선에서 국민이 만든 여소야대의 민의를 존중하는 게 옳다. 총선 민의를 무시하면서 야당 독주를 비난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 이 대표의 책무는 단식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국민 앞에 무릎 꿇을 수는 없느냐’고 직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