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직원 공제회인 양우회가 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겨레>의 탐사취재 결과, 현직 직원들이 양우회 임원을 맡아 영리활동을 하는가 하면, 퇴직 간부들에게 거액의 ‘연구비’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국가 예산까지 빼내 쓴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기관이라는 이유로 보장해준 ‘비밀’의 장막 뒤에서 국민 세금을 쌈짓돈처럼 마구 꺼내 쓴 도덕 불감증과 특권의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 직원들은 퇴직하면 공무원연금 이외에 양우회에서 주는 퇴직금인 ‘양우급여’를 받는다. 절반 이상(5급 이상)의 퇴직자는 여기에 ‘연구비’ 명목의 품위유지비까지 받는다.
그런데 양우회 역대 임원의 상당수가 국정원 재직 때 임원을 맡았고, 예산·결산 보고를 결재하는 것도 모두 현직 간부들이라고 한다. 사실이라면 국정원 직원의 영리 업무를 금지한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8조 위반이다. 군인·경찰·교직원 등 다른 공무원 공제회가 운영과정에서 현직을 일체 배제하고 있는 것에 비춰봐도 양우회의 이런 운영은 매우 비정상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5급 이상 퇴직자에게 지급되는 ‘연구비’ 예산의 상당 부분이 양우회 기금이란 이름의 국정원 예산, 즉 세금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퇴직 간부의 소송 과정에서 판결문을 통해 이런 사실이 드러났고, 실제 “국정원이 쓰고 남은 예산을 양우회 기금 계좌에 넣는다”는 증언도 여럿이다. 이미 1996년 안기부 예산을 여당 선거에 사용한 ‘안풍’ 사건 재판에서도 공개된 적이 있다.
그러다 보니 15년 이상 근무하며 1600만원을 부은 1급 퇴직자가 8배 가까운 1억2600만원을 받게 되는 황당한 일이 생긴다. 25년간 공제금을 납부한 교직원공제회나 군인공제회 회원이 각각 1.6배나 1.5배 수준의 돈을 받아가는 것과 비교해도 폭리에 가까운 특혜가 아닐 수 없다.
국정원은 그동안 엄청난 예산을 받아서 대선 댓글공작이나 간첩조작 등 우리 민주주의의 기초를 파괴하는 데 썼다. 지난 총선 때도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을 발표해 표심에 영향을 끼치려 한 의혹이 짙다. 대선 등 선거 일정을 앞두고 또 무슨 공작을 꾸밀지 알 수 없다.
국회는 즉각 정보위원회를 열어 진상을 규명하는 것은 물론 국민의 세금을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제도를 마련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