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대란이 확산되자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6일 새누리당과 긴급 당정회의를 열어 한진그룹이 담보를 제공하면 1천억원 이상의 장기 저리 자금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또 한진해운 선박이 외국 항만에서 압류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국가 법원이 ‘압류 금지 명령’(스테이 오더)을 빨리 내려주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한진해운이 속했던 글로벌 해운동맹 소속 해운사 등과 간담회를 열어 화물 운송 협조와 운임 인상 자제 등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은 지난달 30일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을 거부하기로 결정하자마자 바로 나왔어야 했다. 물류대란이 예고된 만큼 즉각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했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뒷북을 치는 것이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6일 현재 한진해운 선박 145척 중 절반이 넘는 87척이 운항 차질을 빚고 있다. 주요 항만에서 입출항이 금지되거나 하역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선원들은 물품 보급이 이뤄지지 않아 마실 물과 식품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또 운항 차질로 수출입 업체들의 피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혼란의 일차적 책임은 당사자인 한진해운과 대주주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고 해도 한진해운은 여전히 한진그룹의 계열사다. 또 기본적으로 선적된 화물을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책임은 화주와 계약을 맺은 해운사에 있다. 그런데도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이제 배 째라’는 식으로 나왔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진해운이 협조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한진그룹이 6일 정부 압력에 떠밀려 조양호 회장의 사재 400억원을 포함해 1천억원을 조달하기로 했지만, 상황을 이 지경까지 악화시킨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부실기업 처리에서 치밀한 사전 준비로 부작용과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에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은 한마디로 낙제점 수준이다. 앞으로 해운업과 조선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작업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 정부가 감당할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