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한 푼도 오르지 않은 전세금, 아파트 헐값 분양, 연 1%대의 초저금리 대출, 빈곤층 의료보호 수혜자 어머니….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가 누려온 ‘특혜’ 의혹은 가짓수도 많고 내용 역시 저질스럽다. 공직자로서 톡톡히 ‘갑질’을 하며 살아왔음이 한눈에 봐도 확연하다. 백성을 섬기는 공직자가 아니라 군림하는 공직자, 개인의 욕심 차리기에 급급한 공직자의 면모가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이런 의혹들에 대한 김 후보자의 답변은 더욱 가관이다. 1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농협 대출 특혜 의혹에 대해 “금리를 낮춰달라고 한 적이 없다. 당연히 그런 비율로 주는가 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답변 자체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식의 거짓말이지만, 그 말이 진심이라고 해도 문제다. 농업 전문가를 자처하면서 일반 농민들이 어떤 금리로 대출받는지도 몰랐다면 그것만으로도 농업 업무를 총괄할 장관으로서 자격 미달이다.
김 후보자의 각종 도덕성 의혹을 보면 청와대가 인사검증을 하기는 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부동산 구매, 가족의 건강보험 문제 등은 가장 기초적인 검증 항목인데도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도마 위에 오른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검증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검증의 총책임자인 우병우 민정수석이 그 자리에 버티고 있는 한 이런 부실 검증은 피할 길이 없다. 제 코가 석 자인 형편에서 제대로 검증을 할 기력도 없겠지만, 자신의 각종 실정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까지 “아무 문제 없다”고 우기는 ‘우병우 기준’에서 보면 다른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 흠은 대수롭지 않은 수준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의 눈높이와는 현격히 차이가 있던 현 정부의 도덕성 기준이 ‘우병우표 검증’으로 완전히 허물어져 버렸다.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도 신분을 숨겼던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의 경우처럼 박근혜 대통령은 김재수 후보자 등의 장관 임명을 강행하려 들 게 분명하다. ‘우병우 감싸기’란 목적까지 있으니 무리수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문제투성이 후보자를 아무렇게나 장관 후보자로 추천하는 ‘비리 백화점 민정수석’, 뻔뻔하게 버티기로 일관하는 자격 미달의 장관 후보자, 무조건 임명을 강행하는 불통의 대통령. 이들의 삼박자 합창 속에 나라는 더욱 깊게 멍들어가고 있다.
[사설] ‘우병우표 검증’으로 초토화된 공직자 도덕성
- 수정 2016-09-01 17:43
- 등록 2016-09-01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