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해운업 부실 책임을 따지는 국회의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한시가 급하다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도 덩달아 표류하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최경환·안종범·홍기택 세 사람을 청문회 증인석에 세우지 않겠다는 새누리당 억지가 빚은 결과다.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는 새누리당 새 지도부가 정작 민생을 포기하면서까지 지키려는 건 친박 실세와 대통령 측근인 건지 묻고 싶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8일 “이번 청문회는 상임위 차원의 현안 청문회인데 야당은 국감형 청문회, 정치공세형 청문회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최경환 의원 등의 증인 채택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문회라는 게 말 그대로 ‘증인을 불러 진술이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뜻한다. 조사 사안의 가장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을 부르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이번 청문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수조원의 국민 세금을 부실 기업에 지원한 책임을 따져 묻는 자리다.
지난해 10월 결정된 4조2천억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지원과 관련해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은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등으로부터 결정사항을 전달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홍 전 행장 발언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건 이번 청문회의 핵심 목표 중 하나인 게 분명하다. 만약 최경환·안종범 두 사람이 떳떳하다면 청문회장에 나와서 해명하고 국민 이해를 구하면 된다.
새누리당은 두 사람 대신에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청문회에 부르자고 하는 모양이다. 당시 상황을 알지도 못하는 현직 부총리를 부르자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그렇게 해서라도 최경환·안종범 두 사람을 보호하려는 건 결국 이들이 친박 핵심 실세(최경환)고 대통령 측근(안종범)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엄청난 부실의 책임을 따지는 일보다 대통령 측근을 보호하는 게 새누리당에겐 더 중요한 일인가 보다.
거듭 말하지만, 야당 주장을 정치공세로 치부하며 증인 채택을 거부할 아무런 명분과 이유가 없다. 새누리당은 지금이라도 최경환·안종범·홍기택 세 사람을 청문회장에 불러내 국민들의 궁금증을 씻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