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외교안보 상황과 관련해 “어느 때보다도 전략적 사고와 국가적 역량 결집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전 경축사들과 달리 구체적 제안은 없고 현안에 대한 해법도 제시하지 못했다. 대북·대일·대중 정책의 총체적 실패를 잘 보여준다.
박 대통령의 취임 이후 광복절 경축사 가운데 대북 제안이 전혀 없는 경우는 처음이다. 어떤 제안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나쁘게 된 정책 실패 측면과 더불어 새 시도를 할 의지도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신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모든 북한 주민’을 향해 ‘(통일은) 어떤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예민하게 여기는 흡수통일의 공식화로도 볼 수 있는 발언이다. 북한의 대남 선전공세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맞불을 지른 모양새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한-일 관계와 관련해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데 그쳤다. 평화헌법 개정을 꾀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는 등 일본 정권의 우경화 추세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것이다. 이런 태도가 그릇된 12·28 위안부 합의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움직임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면 더 큰 외교 실패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일제의 잘못을 덮어두는 것이 미래지향적 외교가 될 수는 없다.
박 대통령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경북 성주 배치 결정 이후 한-중 갈등이 커지고 있음에도 이와 관련해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사드 배치는 ‘자위권적 조치’이며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존의 독선적 태도를 되풀이했을 뿐이다. 이는 대중 관계 악화 등 전략적 판단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것임은 물론 현지 주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성주 주민 수천명은 이날 ‘사드 철회 평화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의지를 다지기 위해 908명이 삭발을 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에게 “냉철한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둔 선제적이고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실제 행동은 좁은 시야와 구태의연한 냉전식 사고에 뿌리박고 있으며, 그 결과 새 현안이 불거지고 안보구조도 더 힘들게 되고 있다. 외교안보 진용의 전면 개편을 비롯해 근본적인 정책 기조 재검토가 없다면 사태는 더 악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