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과거 부장검사 시절 삼성그룹에서 거액의 상품권을 받았다는 의혹이 다시 제기됐다. 삼성에 몸담았던 김용철 변호사가 2007년 ‘떡값 검사’ 명단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던 사안이지만 이번엔 내용이 좀더 구체적이다. 황 장관이 서울지검 북부지청 형사5부장 시절 삼성 임원들이 연루된 ‘고급 성매매’ 사건을 수사해 무혐의 처리한 뒤, 당시 삼성에 근무하던 김 변호사가 직접 수백만원어치의 상품권 등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4일 보도자료를 내어 “상품권을 포함해 어떤 금품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삼성특검에서도 혐의가 없는 것으로 종결했다”고 부인하고 나섰다. 그러나 당시 김 변호사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며 삼성특검 자체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 바 있어, 특검수사를 근거로 황 장관의 결백을 믿어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 변호사가 다시 구체적인 상황 설명과 함께 황 장관의 금품수수가 사실이라고 확인하고 나선 이상 이제 이를 무시하고 넘어가긴 어렵게 됐다. 1999년 당시 제일모직 양복 시착권과 에버랜드 이용권 수백만원어치를 나눠 쓰라고 건넸으나, 다른 검사들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는 등 상당히 구체적인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낙마시킨 혼외아들설이 사생활 관련 도덕성 문제라면 이번 사안은 공직자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으로 훨씬 심각한 문제다. 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현직 검찰총장의 10여년 전 사생활 스캔들을 ‘검찰의 명예와 신뢰’ 운운하며 청와대가 뒷조사하고, 법무부까지 사실상 공개감찰을 진행한 것에 비춰보면 법무장관의 뇌물수수 의혹은 그 이상의 강도로 파헤쳐야 마땅하다. 황 장관 뇌물수수설이야말로 개인의 도덕성뿐 아니라 법무부와 검찰의 명예와 신뢰가 달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황 장관은 이 사안이 아니더라도 정권의 주문에 따라 검찰을 ‘정치검찰’로 전락시킨 장본인으로 야당의 해임 요구를 받고 있다. 떳떳하다면 부실수사로 막내린 삼성특검 결과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 감찰을 받겠다고 나서는 게 맞다. 그럴 용기가 없다면 더 이상 구차하게 자리를 지키려 하지 말고 깨끗이 물러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