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의 금품살포 사건 파장이 계속 확대되는 양상이다. 김 의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한나라당 시의원 30명 가운데엔 김진수 시의회 제1부의장과 이지철 재경위원장, 이진식 환경수자원위원장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어제 공개됐다. 의장부터 상임위원장, 시의원까지 사실상 서울시의회 전체가 비리에 물들어 있는 셈이다. 이런 시의회에 앞으로 2년이나 더 시정 감시를 맡겨야 하는 서울시민들만 답답할 뿐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한점 의혹 없이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 지금까지 수사내용을 보면, 몇몇 시의원들은 4·13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자 사무실에서 김 의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선 서울의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번 사건에 관련돼 있다는 소문까지 떠돈다. 경찰은 수사 범위를 서울시의회에 국한해선 안 되며, 조그만 증거라도 있다면 수사를 확대하는 데 주저해선 안 된다.
실망스러운 건 한나라당의 태도다. 지방의회서 일어난 사건이라 별것 아니라고 봐서 그런 건지, 한나라당 지도부가 보여주는 태도는 너무 안이하다. 시민들의 무관심 탓도 있지만, 이렇게까지 지방의회가 썩은 데엔 전국 시·도의회에서 절대 권력을 가진 한나라당의 책임이 매우 크다. 그런데 한나라당 지도부는 어제 홍준표 원내대표가 “중앙당 차원에서 윤리위를 열어야 한다”는 원론적 얘기를 하기 전까지, 지난 며칠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뿌리가 썩어 악취가 진동하는데, 당 지도부는 나무 꼭대기에 앉아 먼 산 쳐다보는 데만 정신이 팔렸던 셈이다. 한나라당은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 자정하는 일에서부터 국민 신뢰를 다시 찾아야 한다.
[사설] 뿌리가 썩는데 한나라당은 뭘 하고 있나
사설
- 수정 2008-07-16 21:23
- 등록 2008-07-16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