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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절제되지 않은 노 대통령의 언행, 민망스럽다

등록 2006-12-22 18:47

사설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발언이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참여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고건 전 총리의 기용은 ‘실패’ 라고 규정한 데 대해 고 전 총리는 “자가당착이며 자기 부정”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현직 대통령과 전직 총리가 삿대질하는 형국이다. 한나라당 등 야당은 “개구즉화”(입만 열면 화를 부른다)니 “막말의 극치”니 하면서 노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또 말의 전쟁이다. 답답하고 안타깝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는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과 정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언어가 많은 게 사실이다. “난데없이 굴러온 놈” “별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것 아니냐” “미국 바짓가랑이 매달려 가지고” 등등의 표현은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입에 담기에는 썩 부적절하다. 연설 도중에 주먹을 흔드는 등 격한 모습을 보인 것도 그렇다. 대통령도 자연인으로서 쌓인 울분과 감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를 절제하고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이 필부들과 같아서야 되겠는가.

자신이 임명했던 전직 총리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실패한 인사”라고 언급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자기 얼굴에 침뱉기나 다름 없을 뿐더러 정치적으로도 옳지 못하다. 물러나야 하는 현직 대통령이 내년 대선 출마를 꿈꾸는 예비주자를 가타부타하는 것 자체가 현실 정치 개입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정계개편을 훼방놓고자 일부러 고 전 총리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정동영 전 의장 등을 흠집내기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런 의도는 성공하지도 못하며, 고립만 자초할 뿐이다. 노 대통령이 할 일은 여권의 판짜기에 대한 개입이 아니라, 부동산값 등 서민생활을 안정시키고 북한 핵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힘쓰는 것이다. 남은 임기 동안 국민의 아픔을 헤아리면서 말이 아니라 실천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격한 발언과 거친 표현 등 형식을 들어 모든 것을 싸잡아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 대통령이 말한 내용은 남북관계의 평화와 실용주의적 접근, 대외관계에서의 자주성 등이다. 전시 작통권 환수 반대에 앞장선 전직 예비역 장성을 비난한 것 등만 끄집어 내 군에 대한 모독이라거나 안보의식이 없다고 매도하는 것은 무책임한 선동이다. 감정을 접고 내용을 놓고 토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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