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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국방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용현 국방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김용현 국방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국방장관 자격 검증보다 정부의 ‘계엄 준비’ 의혹이 더 크게 주목받았다. 2024년 국회에서 ‘계엄’을 거론하는 상황 자체가 비정상이다. 의심할 만한 근거가 있다면 그 의혹을 해소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정치권이 불필요한 논쟁이 더 확산되지 않도록 자제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계엄 준비’ 논란은 지난달 21일 김민석 의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방장관의 갑작스러운 교체와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을 근거로 처음 제기했다. 그리고 지난 1일 여야 대표회담에서 이재명 대표가 현 상황에 대해 ‘행정적 독재국가’ 위험성을 언급하며, “종전 만들어진 계엄안을 보면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국회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고 언급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전인 2017년 2월 국군기무사령부가 당시 조현천 사령관 지시로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을 말한다. 2일 인사청문회에서는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한남동 경호처장 공관으로 특전사령관과 방첩사령관 등을 불러들였는데 출입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했다고 주장하며 “계엄 얘기를 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도 “항간에 ‘계엄령 대비 위한 친정체제를 구축 중이다’, ‘김 후보자 임명도 그 일환’이라는 말이 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정치 선동”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대통령실과 여당도 “국기문란” 등의 표현을 쓰며 총공세에 나섰다. 여야가 대표회담을 하며 모처럼 머리를 맞댔는데, 하루 만에 판이 깨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야당의 의혹 제기는 김 후보자 외에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옛 기무사령관), 박종선 777사령관(군 첩보 조직) 등 윤 대통령과 동문인 충암고 출신 장성들의 군 정보·첩보 요직 장악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계엄은 재적의원 절반의 찬성에 따라 곧바로 해제될 수 있다. 우회하려면 야당 의원들을 체포하는 ‘강압적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시도한다면, 그건 곧바로 정권의 종말일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지금 정치적 역공에 앞서 왜 이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지 그 근본 원인을 먼저 살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국민 민심과 동떨어진 언행을 계속하는데다, 경호처장 출신을 국방장관에 앉히고, 극우적 인사를 계속 등용하는 등 비상식적 국정 운영이 비상식적 계엄 논란에까지 이른 건 아닌지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