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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 상점의 텔레비전 화면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중계방송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 상점의 텔레비전 화면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중계방송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가계소득이 1년째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소득이 늘지 않아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소매판매가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회복하는 듯하던 경기도 성장 모멘텀이 약화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국가 재정의 역할이 중요한데 윤석열 정부는 ‘재정건전성 신화’에만 매몰된 채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9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은 지난 2분기에 0.8% 증가에 그쳤다. 올해 1분기에 1.6%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상반기에 소득은 뒷걸음질 쳤다. 실질소득은 최근 1년간 사실상 정체 흐름이다. 특히, 소득 상위 20% 가구의 명목 근로소득은 2분기에 8.3% 증가한 반면에 하위 20% 가구는 7.5% 감소해 소득 양극화의 골은 더 깊어졌다. 또한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우리 경제의 재화 판매 수준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지수는 지난달 100.6으로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0년 7월 이후 가장 낮았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하고 내년에는 2.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계와 기업이 빚에 짓눌려 있는 상황에서 경제 3주체 중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곳은 바로 정부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살리고 서민층 지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그런데 정부는 되레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초긴축 예산을 짜 경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형국이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다른 한편에선 주로 소득·자산 상위 계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감세에 열중하고 있다. 말로는 재정건전성을 외치면서 재정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올해 7월까지 국세는 예년보다 덜 걷혀 올해도 수십조원대의 세수 결손이 확실시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정 브리핑에서 “건전 재정 기조를 굳건히 지킨 결과, 국가 재정도 더욱 튼튼해졌다”고 자화자찬했다. 또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다”며 “저와 정부는 성장의 과실이 국민의 삶에 더 빨리 확산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고 있다”고도 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자기주장이 강한 윤 대통령이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갖고 있으니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리가 없다. 결국 국회가 나서야 한다. 9월부터 시작되는 내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국회가 확실한 견제 역할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