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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2021년 2월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내 외신기자클럽에서 예배 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예자연)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예자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예배를 제한한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당시 안 후보자는 소송대리인을 맡았다. 연합뉴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2021년 2월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내 외신기자클럽에서 예배 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예자연)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예자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예배를 제한한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당시 안 후보자는 소송대리인을 맡았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새 인권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이 얼마나 저열한 인권 의식과 소수자 혐오에 사로잡혀 있는지 속속 재확인되고 있다. 인권위가 지지해온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인물을 인권위원장 후보로 지명한 것부터가 비정상적인 선택이었다. 더구나 안 후보자는 이성적인 범주를 한참 벗어난 극단적 주장을 펼쳐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명 철회가 마땅하다.

안 후보자가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며 내놓았던 주장들은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7월 공저자로 참여한 책 ‘신학자, 법률가, 의학자 16인이 본 동성애 진단과 대응 전략’에서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가족 간 하물며 부모-자식 간 성적 행위, 소아성애, 짐승과의 성행위 등이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며 “인류를 짐승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썼다. 또 “(차별금지법이) 공산주의자 그람시의 바람대로 가정, 교회 및 국가 공동체 해체의 원인이 되어 공산주의 혁명으로 가는 ‘긴 행진’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과 논리적으로 전혀 관련 없는 극단적 상황을 들이대 차별금지법을 폄훼하는 억지들이다.

공안검사 출신의 안 후보자는 법률가로서도 인권 옹호와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헌법재판관 재직 당시 간통죄 폐지와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도입 등에 반대하는 입장에 섰다. 인권에 관한 여러 쟁점에서 시대적 인식과 동떨어졌던 것이다. 헌법재판관 퇴임 뒤에는 유명 리조트 회장 아들의 미성년 성매매와 불법 촬영 사건을 변호하기도 했다. 이 역시 인권위원장에 걸맞지 않은 전력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임명된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의 독단적 행동으로 인권위는 극심한 파행을 겪었다.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이 김 상임위원의 반인권적 행태를 우려하는 서한을 한국 정부에 보냈을 정도다. 또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차석대표는 최근 윤 대통령에게 ‘인권위의 독립성을 잘 지켜나갈 인사를 인권위원장으로 선택해달라’는 이례적인 특별서한까지 보냈다. 지금의 인권위가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어떤지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인권기구의 움직일 수 없는 규범으로 자리잡은 성소수자 차별 금지마저 정면 반대하는 인물이 인권위원장에 임명된다면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되고도 남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