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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청 시민홀에서 열린 롯데백화점 마산점 폐업 관련 ‘긴급고충민원 현장 조정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청 시민홀에서 열린 롯데백화점 마산점 폐업 관련 ‘긴급고충민원 현장 조정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 권익위 고위 간부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고인의 순직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거취를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정 부위원장 사퇴로 마무리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권익위의 기능이 어떻게 무력화됐는지 엄정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정 부위원장은 지난 8일 숨진 김아무개 부패방지국장의 직속상관으로, 김 국장이 실무 총괄을 맡았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헬기 이송 특혜 의혹’,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 사건’ 등의 조사를 지휘한 책임자다. 권익위는 지난 6월 명품백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에 대해선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선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 없어 신고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제대로 된 조사는 이뤄지지도 않았다. 정 부위원장은 이런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근거에 대해선 한마디도 밝히지 않은 채 72초 만에 브리핑을 마쳤다. 권익위 전원위원회에서도 ‘종결’과 ‘수사기관 이첩 또는 송부’를 두고 의견이 맞섰으나, 정 부위원장이 종결 쪽으로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진다.

숨진 김 국장은 이 과정에서 ‘양심에 반하는 일’이라며 심한 자책감을 토로했다고 주변 인사들은 전하고 있다. 권익위의 편파 조사가 김 국장 죽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야 하는 게 당연하다. 정 부위원장은 이를 질타하는 목소리에 ‘권익위는 원칙대로 했는데 정치권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며 적반하장식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올 초 임명된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대학 동기, 정 부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대학 후배이자 대선 캠프에도 참여한 인사다. 명품백 사건이 접수된 지난해 11월 이후 임명된 이들의 ‘임무’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을 것이다. 김 국장의 안타까운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선, 정 부위원장 사퇴라는 ‘꼬리 자르기’가 아니라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총체적 진상 파악부터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실은 14일 전현희 민주당 의원의 “김건희 살인자” 발언에 대해 “결과적으로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건 민주당”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여당과 대통령실은 청문회 또는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규명 작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