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김용현 경호처장을 지명하고, 국가안보실장에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임명했다.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엔 공안검사 출신 안창호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명했다. 특히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의 핵심 연루자를 국방부 장관에 임명한 건 채 상병 사건마저 ‘입틀막’하겠다는 의도 외엔 해석할 길이 없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 후보자 지명에 대해 “군 요직을 두루 섭렵한 국방·안보 분야 전문가로, 군 안팎으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며 “초대 경호처장으로 군 통수권자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 국방부 장관으로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각별한 신임을 받는 것으로 전해져왔다. 그리고 이에 부합하듯 국회의원이든 대학원생이든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는 이들의 입을 틀어막으며 과잉 경호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정 비서실장 말대로 “(대통령)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게 발탁의 핵심 이유인 셈이다. 흡사 전두환 정권 시절 장세동 경호실장의 국가안전기획부장 ‘영전’에 비견될 만하다.
무엇보다 김 후보자는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 출발점인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 연루돼 있다. 공익제보자인 김규현 변호사가 공개한 녹취록엔 ‘김용현 경호처장이 배후’라는 취지의 발언이 담겨 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기록이 경찰에 이첩됐다가 회수되는 과정에서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여러 차례 통화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있다. 수사받아야 할 이를 되레 국방 수장에 임명한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다.
김 후보자 지명으로 국가안보실장으로 연쇄 이동한 신원식 장관 역시 부적절하기는 매한가지다. 미국 대선 이후 섬세한 정세 관리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올해 초 임명된 ‘미국통’ 외교관 출신 장호진 실장은 특보로 밀려났다. 게다가 신 신임 실장은 “대한제국이 존속했다고 해서 일제(치하)보다 행복하다고 확신할 수 있나”라고 언급하는 등 친일 식민사관이 문제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자해적’ 대일 외교 가속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역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 앞장서는 등 인권위 취지와 정반대편에 서 있다.
‘부적격자 돌려막기’로 압축되는 이번 인사는, 결국 채 상병 사건을 ‘철통 방어’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제 윤 대통령 눈에 국민들은 전혀 안 보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