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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새 검찰총장 후보자로 심우정 법무부 차관을 11일 지명했다. 심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사명과 역할을 다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지명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이미 땅에 떨어진 검찰의 신뢰를 회복할 검찰총장으로 심 후보자가 적임자인지 벌써부터 의구심이 든다.

심 후보자는 김건희 여사 특혜 조사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검찰 구성원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김 여사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경호처 건물로 찾아가 휴대전화를 제출한 채 조사를 진행한 행태는 ‘황제 조사’라는 국민적 지탄과 조롱을 받고 있다. 검찰총장도 사후 보고만 받는 등 ‘패싱’당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여러 차례에 걸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런데 새 검찰총장 후보자는 이 모든 사태를 ‘법과 원칙에 따른 일’로 여긴다니, 그러고 어떻게 국민 신뢰를 얻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심 후보자는 그 말로 인해 ‘윤 대통령의 신뢰’는 얻었을 것이다.

심 후보자는 ‘친윤’ 검사로 분류될 뿐 아니라,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도 가까운 사이다. 2014년 김 수석이 법무부 검찰국장일 때 검찰과장으로 일했다. 김 수석은 지난 5월 임명 엿새 만에 김 여사 수사 지휘라인을 모두 물갈이하는 검찰 인사를 주도한 인물로 전해진다. 심 후보자 지명이 김 수석을 통한 집권 후반기 검찰 장악 카드로 비치는 건 당연하다. 또 심 후보자의 아버지인 심대평 전 충남지사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친분이 있다. 이래저래 대통령실 핵심 인사들과 개인적 인연으로 중첩된 인물이 검찰총장이 된다면, 가뜩이나 쪼그라든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기대할 수 있겠나. ‘검찰공화국’이 더 노골화될 것이라는 우려만 커지고 있다.

새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명됐다고 해서 진행 중인 김 여사 관련 사건 처리가 또 미뤄져서는 안 된다. 이원석 총장은 한달여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자신이 밝혀온 ‘성역 없는 법치’를 실천하기 바란다. 그러지 못한다면 말만 앞설 뿐 권력에 굽은 잣대를 댄 검찰총장이란 오명을 짊어진 채로 물러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