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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지난 8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취임식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지난 8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취임식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임 전부터 ‘부적격’ 논란을 빚어온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2009)에 대해 “내용에 오류가 있다. 잘못된 기술에 의해 억울하게 친일 인사로 매도되는 분들이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취임 첫날부터 독립기념관을 친일파들을 명예회복시키기 위한 ‘도구’로 쓰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독립기념관장이란 중책을 맡기에는 너무나 부적절한 역사 인식을 가진 김 관장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고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정부 산하 역사 관련 기관에 왜 이런 ‘부적격 인사’를 거듭 임명하는지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김 관장은 지난 8일 취임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추진할 중점과제가 뭐냐는 질문에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인사들 가운데 억울하게 친일로 매도되는 분이 없도록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기념관의 우수한 연구 역량을 ‘친일파’라는 역사적·사회적 평가가 내려진 인사들을 복권하는 데 활용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김 관장이 취임 첫날부터 적대감을 드러낸 친일인명사전(4389명 수록)은 민족문제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편찬위원회가 2001년부터 8년 넘는 긴 시간을 들여 완성한 한국 사회의 소중한 성취물이다.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시대정신을 받아안아 추진했던 중요 사업이었던 만큼, 수록 예정자 명단을 미리 공개하고 이의신청을 받는 등 꼼꼼한 검증 작업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신현확·최근우·이동훈 등의 친일 혐의가 풀려 명단에서 제외됐고, 382명의 게재가 ‘보류’됐다. 박정희·엄상섭·장우성·장지연 등의 후손들이 소송을 내며 항의했지만, 법원은 모두 민족문제연구소의 손을 들어줬다.

김 신임 관장은 명나라 말기 인물인 서광계에 대한 연구로 박사(경희대) 학위를 받긴 했지만, 근현대사 학계에선 ‘무명’에 가까운 인물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현 정부의 눈에 띈 것은 2022년 8월 ‘끝나야 할 역사전쟁’이라는 퇴행적인 역사 인식을 담은 책을 낸 이후인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 과거 정부 친일 청산 작업을 폄하하고, 5·18, 4·3 등에 대한 진상규명 노력을 부정하며, 안익태·백선엽 등 친일파로 단죄된 이들을 옹호했다. 이런 인물이 독립기념관장이 됐으니, 독립기념관은 머잖아 친일파 명예회복위원회가 될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도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