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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코스피는 미국 경제의 침체 우려 등으로 전장 대비 234.64(8.77%) 하락한 2441.55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5일 코스피는 미국 경제의 침체 우려 등으로 전장 대비 234.64(8.77%) 하락한 2441.55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한 가운데,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5일 아시아 증시가 집단 ‘패닉’에 빠지는 등 사상 최악의 ‘검은 월요일’이 현실화됐다. 미국과 중동의 ‘복합 위기’에 인공지능(AI) 거품 우려까지 겹치며 세계경제가 거대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정부는 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최소화되도록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코스피는 한때 전장 대비 10% 넘게 폭락했다가 가까스로 낙폭을 줄여 8.77%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거래소는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동시에 8% 넘게 폭락하자 4년5개월 만에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무려 12.4% 폭락했고, 대만·싱가포르·오스트레일리아 증시도 크게 하락했다.

이날 주요 증시가 궤멸적 타격을 입은 것은 미국의 7월 실업률(4.3%)이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는 등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폭등했던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의 ‘거품론’에 대한 우려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높은 경계심을 갖고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상황별 대응 계획에 따라 긴밀한 관계기관 공조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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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경제 흐름에 영향을 끼칠 결정적 악재는 5차 중동전쟁 발발 가능성이다. 이스라엘이 지난달 31일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를 살해한 것으로 사실상 확인되면서, 이란은 보복을 공언하고 있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2일 테헤란을 방문한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에게 “대응 없이 지나갈 수 없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중대한 실수”라며 보복을 공언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4일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에게 이란과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빠르면 ‘24~48시간 안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가자전쟁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줬지만, 세계경제에 끼친 악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하지만 중동의 ‘숙적’인 이란과 이스라엘이 본격 대결을 시작하면 중동 전체가 전쟁터로 변할 수 있다. 이 경우 중동과 동아시아로를 잇는 ‘원유 운송로’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게 된다. 정부는 국내 정치의 힘겨루기에 몰두할 때가 아니라 바깥에서 몰려오는 파도에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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