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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경북 경산시 진량읍 평사리 소하천에서 소방구조대가 폭우에 실종된 여성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경북 경산시 진량읍 평사리 소하천에서 소방구조대가 폭우에 실종된 여성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경북 경산에서 40대 택배 노동자가 배송 업무를 하던 와중에 폭우에 휩쓸려 실종됐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배달을 못하겠다”는 말을 동료에게 전한 뒤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폭염과 폭우로 인한 노동자들의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과거에는 보기 드물었던 이상기후가 점차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극한 날씨에 노출된 일터의 안전을 지키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번 장마 기간에는 단시간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기습 폭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10일 새벽 충청과 전북, 경북 지역에선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전문가들은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수증기가 넓게 퍼지면 강한 비를 유발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록적 폭우가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마가 끝나면 극심한 폭염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는 더위가 유난히 일찍 시작됐는데, 지난 6월 서울의 평균 기온이 117년 관측 사상 처음으로 30도를 웃돌기도 했다.

특수고용직인 택배 노동자들은 폭염과 폭우, 한파 등에 빈번하게 노출되지만 위험한 상황에서 작업을 중단하기 어렵다. 산업재해 위험이 있을 때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배송물량 자체가 줄어들지 않는 한 무리를 해서라도 일을 끝마쳐야 하는 탓이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기상악화가 심각할 경우 배송물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와 택배업계, 노동계가 머리를 맞대고 이상기후에 대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노동관계법 적용이 제한적인 특수고용직이 아니더라도 현행 산안법 규정만으론 구멍이 많다. 작업중지를 할 수 있는 위험 요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데다 노동자가 작업중지를 요청하더라도 사업주가 그로 인한 손실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탓이다. 또 정부가 이상기후에 대비하기 위한 작업장 기본 수칙을 만들어놔도 권고 사항일 뿐이어서 안 지켜도 강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정부가 입법적 보완을 어떻게 할지 세심히 살펴야 할 대목이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는 폭염·한파 때 정부가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도록 하는 등의 입법안이 장기적으로 생산성 저하를 억제하고 노동시간 감소도 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궁극적으로 기업 생산성에도 이롭다는 것이다. 안전 규제를 당장의 비용으로만 여기는 경영계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