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
0
7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7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일 ‘경계’의 목소리를 강하게 냈지만,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7월1일)을 불과 6일 앞두고 연기한 정부가 속으로는 바라던 바 아니었냐는 의심이 커가고 있다. 대출 증가세를 서둘러 억제하지 못할 경우, 금융 불균형이 우리 경제를 매우 위험한 지경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 결코 가볍게 다뤄선 안 된다.

금융당국 집계를 보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3월 2조2천억원 감소하는 등 1분기 말까지는 조정이 이뤄져왔다. 그런데 4월 들어 4조4천억원, 5월에 5조2천억원 증가하더니, 6월에는 5조3415억원 증가하며 2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달 들어서는 4일까지 거래일수로 나흘간 2조1835억원이나 늘어나며,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증가가 이를 이끌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뒤 급증한 가계빚의 위험성을 경계하면서도 ‘부동산시장 연착륙’이 필요하다며 정책자금 대출을 대거 공급해왔다. 지난해엔 특례보금자리대출 40조원을 공급했고, 올해는 금리가 최저 연 1.6%인 신생아특례대출을 27조원 한도로 공급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한국은행을 상대로 금리 인하 압박을 강화해왔다. 은행들에는 대출 금리를 낮추도록 압력을 가했고,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 시중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주택 매수 심리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거래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25일 정부가 2단계 스트레스 디에스알 규제 시행을 두달 연기하자 대출 증가세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우리나라 가계의 부채 부담은 이미 심각한 국면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2023년 부채 증가 가구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체 부채 보유 가구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32.6%, 작년에 부채가 증가한 가구의 경우 33.9%에 이르렀다. 가계가 빚을 진 주된 이유가 부동산 매입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 빚이 늘어난 가구는 가처분소득이 감소했다. 올 들어서도 가계의 소득 형편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부채를 통한 부동산 투자 증가’가 재현되는 조짐은 매우 불길하다. 정부가 더는 오락가락하지 말고 정책의 우선순위가 ‘가계부채 위험 관리’에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를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