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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강원도 춘천시의 한 병원에서 12일 이상 격리·강박돼 있던 김형진(가명·45살)씨가 사망 상태로 발견되자 당직의사 안 아무개씨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있다. 그 와중에 보호사와 간호사가 손과 발을 묶은 끈을 풀어내고 있다.
2022년 1월 강원도 춘천시의 한 병원에서 12일 이상 격리·강박돼 있던 김형진(가명·45살)씨가 사망 상태로 발견되자 당직의사 안 아무개씨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있다. 그 와중에 보호사와 간호사가 손과 발을 묶은 끈을 풀어내고 있다.

정부가 정신병원에서 환자에 대한 격리와 강박 조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실태 조사에 나선다고 한다. 한겨레가 춘천의 한 병원에서 무려 250시간 넘게 침대에 강제로 묶여 있다가 숨진 환자 사례를 적나라하게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정신병원의 환자에 대한 강제 조처가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폭력적이라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하지만 한겨레 보도가 있기 전까지 정부는 정신병원의 격리·강박 실태에 대한 기초자료조차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래서야 환자 가족들이 정신병원에 치료를 맡길 수 있겠나.

한겨레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과연 문명사회에서 벌어진 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2022년 1월 춘천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한 40대 환자는 양손, 양발, 가슴까지 다섯 곳을 꽁꽁 묶인 채로 무려 251시간50분 동안 격리돼 있다가 목숨을 잃었다. 사고 직후 병원 쪽이 한 행동은 더욱 황당하다. 병원 쪽은 유족 허락 없이 주검을 23㎞ 떨어진 장례식장 냉동고로 옮겼고, 2시간 뒤에야 유족에게 사망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처다. 그런데도 사망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3시간 반 만에 사건을 ‘병사’로 종결 처리했다. 유족은 병원 의료진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으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무혐의 처리했다고 한다.

격리·강박은 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한 지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만 19살 이상 성인에 대한 강박은 1회 최대 허용 시간이 4시간이고 연속 8시간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초과하려면 반드시 전문의의 대면 평가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해당 병원은 이런 규정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환자가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고통을 호소했는데도 병원 쪽은 그대로 방치했다고 한다.

정신병원의 격리·강박으로 환자가 숨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엔 연속 124시간 묶여 있던 50대 환자가 숨졌고, 2013년에도 17시간 묶여 있던 70대 환자가 숨졌다. 2017년에는 35시간 묶여 있던 20대가 사망해 사회적 문제가 됐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최근 5년간(2019~2023년) 접수된 격리·강박 관련 진정이 463건에 이른 것을 고려하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사례는 더 많을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재발 방지를 위한 실태 조사와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