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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국회방송 갈무리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국회방송 갈무리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해병대 채 상병 순직을 ‘군 장비 파손’에 빗댔다. 국민의 생명을 중시하고 억울한 희생을 안타까워하는 최소한의 공감능력조차 결여된 발언이다. 유족들은 물론 함께 애도하는 국민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집어놓은 망발에 대해 주 의원은 용서를 빌어야 한다.

주 의원은 4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막기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도중 “만약 사망 사고가 아니라, 여러명이 군 장비를 실수로 파손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가정해보자”며 “군에서 조사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일주일 만에 조사를 한 다음 8명에 대해 ‘군 설비 파손 책임이 있으니 집을 압류해놓고 일단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한다면 당하는 군 입장에서는 그 결과에 승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앞서 “이게 군에서 사망 사고이기 때문에 아마 국민 여러분들도 굉장히 가슴 아프시고, 저희도 굉장히 가슴 아프고, 저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채 상병의 희생을 조금이라도 마음에 둔다면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이다. 듣고 있던 야당 의원들이 “사람과 장비가 어떻게 같냐”고 항의해도, 주 의원은 “그렇게 단순한 논리는 아니다”라며 같은 취지의 연설을 이어갔다. 무심결에 한 실수라고 볼 수 없다. ‘머리’만 있고, ‘가슴’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게 해준다.

주 의원 발언은 법률적으로도 맞지 않다. 주 의원은 “사망 사건이든 파손 사건이든 조사의 체계라든지 형평성이나 이런 것들은 같은 기준으로 적용이 되어야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군대 내 사망 사건이나 성폭행 사건의 경우 상부의 개입으로 실체가 왜곡되는 폐단이 많았기 때문에 개정 군사법원법은 신속히 민간 수사기관으로 이첩하도록 하는 등 특별한 규정을 마련했다. 이에 따른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이첩에 상부가 외압을 행사한 게 이번 사건의 핵심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검사에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거쳐 국회의원이 된 주 의원의 발언은 대통령실과 여당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인식의 한 단면을 드러낸 듯하다. 여당 안에서는 “새로운 스타”라고 추켜세우는 분위기마저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얼마 전 “군인은 국가가 필요할 때 군말 없이 죽어주도록 훈련되는 존재”라는 말로 공분을 샀다. 장병의 생명을 경시하는 망발이 군 지휘관에 이어 국회의원의 입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현실이 절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