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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지명 소감을 말하기에 앞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지명 소감을 말하기에 앞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이진숙 전 대전 문화방송(MBC) 사장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홍일 전 위원장의 ‘꼼수 사퇴’로 공석이 된 지 이틀 만이다. 이 후보자는 ‘문화방송의 암흑기’로 불리는 김재철 사장 시절 주요 간부로 재직하며 노조 탄압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정수장학회의 문화방송 지분을 매각해 박근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도움을 주려 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여러모로 방통위원장 자리를 맡기에는 부적합한 인물이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인선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에 대해 “오랜 기간 언론계에서 쌓은 경험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방통위 운영을 정상화하고 방송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나갈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언론인으로서 그의 삶의 이력은 이런 평가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그는 문화방송 노조가 ‘이명박 정권 낙하산’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보도를 요구하며 장기 파업을 벌이던 2012년, 홍보국장과 기획홍보본부장으로 재직하며 노조의 파업 의도를 적극적으로 왜곡하고 노조 탄압에 앞장섰다. 이런 이유로 문화방송 기자회에서 제명되기도 했다. 대선을 앞둔 같은 해 10월에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만나 비밀리에 문화방송 지분 매각 방안을 논의한 사실이 한겨레 보도로 드러났다. 지분 매각 대금을 ‘반값 등록금’ 등의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내용이었다. 정수장학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랫동안 이사장을 맡았던 곳이다. 문화방송이 정수장학회와 짜고 사실상 박근혜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우려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실제 당시 한겨레가 확보한 녹취파일을 보면, 이 후보자는 최 이사장에게 “정치적 임팩트가 크기 때문에 그림이 괜찮게 보일 필요가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 기획설’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올리는가 하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도들의 선전선동’으로 왜곡하는 페이스북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등 지극히 편향적인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이날 지명 소감에서도 “공영방송이 노동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며 적대적 노동관을 여실히 드러냈다. 과연 ‘언론 탄압 부역자’답다. 이런 인물이 이끌 방통위에 정치적 중립,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따위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윤석열 정부는 도대체 방송을 어디까지 망가뜨릴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