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갑작스럽게 이뤄진 검찰 검사장급 인사는 여러모로 상궤를 크게 벗어나 있다. 시기와 규모, 내용은 물론 기습 군사작전과 흡사한 전격 발표까지 어느 것 하나 이상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인사 전에 열게 돼 있는 검찰 인사위원회도 대충 건너뛰었다. 14일 출근길에 인사 관련 질문을 받은 이원석 검찰총장은 침묵으로 많은 것을 설명했다고 본다.
이 총장의 2년 임기는 9월에 끝난다. 그러니 검사장급 인사는 새 총장 임명 이후에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검사장급 인사를 한 지 1년도 안 됐다. 그런데 무려 39명을 승진·이동시키는 대규모 인사를 강행했다. 법무부는 “법무·검찰의 안정적 운영을 지원하고 조직의 쇄신과 활력을 도모했다”지만, 왜 이번 인사를 서둘렀는지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대부분 요직에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들이 배치됐다. 특히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지휘부는 통째로 바뀌었다. 이 총장이 “엄정한 수사”를 지시한 지 10여일 만에 지휘부를 전면 교체한 것은 노골적인 수사 방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여사 사건을 새로 지휘하게 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성남지청장 때 성남에프시(FC) 관련 의혹을 수사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소했다. 전주지검장으로 승진해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 관련 의혹 등 야권 수사에 매달렸다. 이번 서울중앙지검장 발탁은 ‘충성하면 보상한다’는 명시적 메시지나 다름없다. 반면, 김 여사 소환조사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는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방 고검장으로 ‘좌천성 영전’을 시켜 검찰 조직 전체에 무언의 경고를 날렸다. 이는 검찰을 대통령 수중에 두고 통제·관리하겠다는 의도 아닌가.
윤 대통령은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민심 청취’를 구실로 민정수석실을 신설했다. 그래 놓고 가장 먼저 검찰 장악력 극대화를 위한 인사에 앞장세웠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경우 드러날 실체적 진실이 두려운 것인가. 윤 대통령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로 임명해 ‘피의자 도피’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이 역시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수사 외압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까 봐 초조한 나머지 무리수를 둔 것 아닌가. 대통령에게 부여된 공직자 인사권을 자신과 부인의 ‘사법 리스크’ 해소에 쓰고 있는 것이라면 엄중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