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에서 20여분에 걸쳐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정당성과 성과를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일본 요구를 다 들어주고서도 어떤 가시적 상응조처도 얻어내지 못한 외교 무능에 대해선 일말의 성찰도 보여주지 않았다.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 우리에게 반성과 사과를 했다”고 평가한 반면, 우리 내부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라며 정략 프레임을 씌웠다. 다수 국민의 실망과 분노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 윤 대통령의 독선과 독단이 참담할 따름이다.

윤 대통령은 “대법원 강제징용 사건 판결은 일본의 수출규제 등 경제보복으로 이어졌다”며 ‘대법원 판결’을 관계 악화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 “전임 정부가 방치해, 양국 안보와 경제는 깊은 반목에 빠지고 말았다”며 예의 ‘전 정권 탓’ 타령을 이어갔다. 일본이 우리 사법부 판결에 합리적 대응 대신 수출규제 카드를 들고나온 건 혐한 여론에 편승하려는 국내 정치적 이유가 있었음을 도외시한 것이다. 관계 악화를 모두 우리 탓으로 돌리니, 윤 대통령의 자학적 인식이 얼마나 깊은지 짐작이 간다.

윤 대통령은 우리 양보로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따를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일본보다 먼저 우리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지위를 복원하도록 정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애초 일본이 먼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고, 아직도 복원하지 않았는데 또 한번 우리의 일방적 양보다. 국가 간 적대적 조처 해제 등은 긴밀한 조율을 통해 동시에 이뤄지는 게 외교의 룰이다. 윤 대통령은 왜 유독 일본에 대해서만 이를 계속 깨고 있는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자화자찬을 늘어놓으면서 정작 정상회담을 둘러싼 국민적 의혹에 대해선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일본이 독도, 위안부, 후쿠시마 오염수 등 민감한 현안을 거론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잇따랐지만, 정부는 계속 말이 바뀌는 등 모호하고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한다. 이날 침묵으로 윤 대통령이 영토주권과 국민 안전이 걸린 문제에서마저 무대응하거나 저자세를 취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윤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왜 이토록 국민들이 분노하는지 단 한번이라도 돌아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