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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년 전 노조 집회에 10억, 이런 게 노조탄압용 손배소

등록 :2022-09-22 15:20수정 :2022-09-22 15:40

민주노총·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민변·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대표와 회원들이 지난 14일 낮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일명 노란봉투법)운동본부’ 출법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 3권을 무력화하는 손배소·가압류 금지와 하청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민주노총·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민변·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대표와 회원들이 지난 14일 낮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일명 노란봉투법)운동본부’ 출법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 3권을 무력화하는 손배소·가압류 금지와 하청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지난 7월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교섭 타결로 종료된 뒤 노조를 상대로 47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낸 대우조선해양이 앞서 지난 3월에도 10억여원의 손배소를 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1년 전에 있었던 노조의 집회를 이유로 뒤늦게 낸 소송이었다. 거액의 손배소를 남발해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 드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만하다.

22일 <한겨레> 보도를 보면, 대우조선 하청 노조는 지난해 4월 보름간 조선소 안에서 처우 개선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고 하청 노사는 4월말 처우 개선에 합의했다. 이후 1년 가까이 지난 시점인 지난 3월 대우조선은 갑자기 10억여원의 손배소를 제기했다. 집회 소음와 소란 등으로 작업이 방해받아 여러 비용이 발생했다는 이유였다. 노조 출입 방지용 차벽을 설치한 비용까지 포함됐다.

노조의 집회와 회사 쪽이 주장하는 피해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따져볼 일이지만, 무엇보다 소송을 낸 시점이 의아하다. 노조 쪽은 올해 임금 인상 투쟁이 본격화하는 시점인 4월을 앞두고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한다. 회사 쪽은 소송 시점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회사가 재산권 행사 차원에서 소송을 낸다면 이른 피해 회복을 위해서라도 바로 소송 절차를 시작하는 게 상식적이다. 불요불급한 소송을 카드로 쥐고 있다 사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기업들이 손배소를 노조 탄압에 활용하는 전략은 이미 여러차례 확인됐다. 삼성그룹의 2012년 노사전략 문건에 나오는 “고액의 손해배상 및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경제적 압박을 가중시켜 활동을 차단하고 식물노조를 만든 뒤 노조해산 유도”라는 문구가 대표적이다. 유성기업은 2011년 쟁의 때 노동자들을 회사에 우호적인 제2노조에 가입시키기 위한 회유책으로 ‘손배소 대상 제외’를 활용하기도 했다.

헌법에 보장된 노조의 단체행동권은 본질적으로 기업에 손해를 끼칠 가능성을 전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의 부족한 협상력을 보완하려는 것이다. 회사 쪽에 무분별한 손배소의 길을 터주면 오히려 대화를 통한 교섭 타결의 가능성은 줄어들고 노사관계가 ‘강 대 강’의 악순환으로 빠져들기 쉽다. 더구나 손배소가 노조 탄압의 수단으로까지 악용된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과 재산권의 조화는 깨질 수밖에 없다. 손배소의 합리적 테두리를 정하기 위한 노란봉투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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