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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년 만에 또 붕괴 참사, 이런 회사에 공사 맡겨도 되나

등록 :2022-01-12 18:55수정 :2022-01-13 02:01

현대산업개발 유병규 대표이사가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현장 부근에서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산업개발 유병규 대표이사가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현장 부근에서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광역시에서 신축 중이던 고층 아파트의 23~34층 일부가 무너져 내리는 어이없는 사고가 11일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 중이던 하청업체 노동자 6명이 실종됐다. 추가 붕괴 우려로 중단됐던 실종자 수색은 안전점검 뒤 12일 오전 재개됐다. 구조 소식이 들려오길 고대한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6월 철거 중이던 건물이 도로 위로 무너져 버스 승객 등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참사로부터 불과 7개월 만이다. 실종자 가족과 긴급 대피한 인근 주민은 물론 광주 시민 모두가 불안과 공포를 느낄 것이다. 더구나 사고 아파트 시공을 맡은 회사가 학동 참사 때와 같은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이라는 점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이 회사는 지난해 도급 순위 9위의 대형 건설사이고 에이치디씨그룹은 재계 순위 28위의 재벌 기업이다.

지난번 학동 철거 참사가 아무런 교훈도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분노를 넘어 절망감마저 든다. 현대산업개발은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학동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책임을 뼈아프게 직시하고 반성했어야 마땅하다. 주먹구구로 운영하는 업체가 아닌 한에는 자사가 시공 중인 공사를 전수 점검하고 자체 안전 기준도 강화하는 등 재발 방지에 진력했어야 한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과 당시 대표이사는 학동 참사 이후 불법 하도급 사실을 부인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안전 강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후속 조처가 이뤄졌을 리 만무하다.

당시 책임 규명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사고 재발을 막지 못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학동 참사와 관련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로는 현장소장이 구속기소되고 안전부장·공무부장이 불구속기소된 게 전부다. 성과는 기업주와 경영진이 챙기고 사고 책임은 하급 관리자가 떠맡는 ‘무책임 경영’ 구조로는 대형 참사의 악순환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이번에야말로 철저한 수사로 위아래를 가리지 않는 엄한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확한 원인은 수사가 진행돼야 드러나겠지만, 사고의 성격으로 볼 때 단순 과실보다는 구조적 문제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검찰청은 합동수사본부의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며 “신속한 수사를 통해 중대재해 발생에 책임이 있는 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경도 처음에는 엄정 수사 운운하다가 결국엔 용두사미식 수사 결과를 내놓곤 하던 전례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강화 필요성도 거듭 확인된다. 입법 과정에서 경영책임자의 처벌 수위가 무뎌지고 원청 기업의 책임도 빠져나갈 구멍을 열어놨다. 그런데도 재계와 보수언론들은 여전히 과도한 법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사고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온다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고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대산업개발의 실패를 모든 기업이 곱씹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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