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순천 에코그라드 호텔에서 열린 ‘전남 선대위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순천 에코그라드 호텔에서 열린 ‘전남 선대위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부동산 세금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내년도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고,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의 통합을 추진한다는 것이 뼈대다. 양도소득세 개편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최소 2년간 유예’한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부동산 부자를 위한 ‘감세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만하다. 아무리 표를 모으는 게 급하다고 해도, 부동산 세제를 이렇게 가볍게 부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윤 후보의 공약이 실행된다면 우리나라는 ‘부동산 투기 공화국’이 될 것이 불을 보듯 훤하다.

내년도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는 것은 보유세를 대폭 깎겠다는 것이면서, 동시에 공정 과세의 인프라를 무력화하겠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공시가격은 시세 반영률이 낮고, 부동산 유형과 가격대에 따라 들쑥날쑥해 형평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정부가 2020년 11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세워, 지난해부터 실행에 옮기고 있다. 윤 후보의 공약은 그 이전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지난 20일 내년도 재산세 산정 때 올해 공시가격 반영을 검토하겠다고 하자 윤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나온 “매표 동결”이라고 강력히 성토한 바 있다. 그런데 불과 사흘 만에 민주당의 방안보다 1년 더 뒤로 가는 걸 공약이라고 내놨으니 이런 ‘내로남불’도 없다.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종부세를 무력화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고가·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자는 게 목적일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2년간 유예하겠다는 것도 ‘주택 매각 촉진’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은 다주택자들에게 세금 부담 없이 양도차익을 실현할 기회를 마음껏 주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수많은 대책을 내놨지만 결국 ‘집값 잡기’에는 실패했다. 그것이 부정적 평가를 받는 핵심 이유 가운데 하나다. 윤 후보가 이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문제점을 찾아 대책을 보완하는 것이 우선인데, 그건 놔두고 집·땅 부자들의 민원을 풀어주는 데만 골몰하는 것 같다. 투기 목적의 부동산 매입을 부추기는 낮은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깡그리 무시해버린다. 다주택자들에게는 집을 팔지 말고 버티라고 주문한다. 코로나 팬데믹 확산 국면에서 유동성 확대로 집값이 크게 오르던 때 그나마 투기 확산을 억제하던 제도적 장치를 다 해체하겠다고 한다. 모든 국민에게 ‘투기의 자유’를 주는 것으로는 주거 불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저 ‘투기 천국’을 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