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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하이닉스에 ‘영업 기밀’ 내놓으라는 미국, 선 넘었다

등록 :2021-09-27 18:34수정 :2021-09-28 02:3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1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글로벌 반도체 기업 대표들과의 반도체 공급망 관련 화상회의에서 실리콘 웨이퍼(반도체 기판)를 들어보이며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1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글로벌 반도체 기업 대표들과의 반도체 공급망 관련 화상회의에서 실리콘 웨이퍼(반도체 기판)를 들어보이며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미국 상무부가 최근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에 고객 정보 등 민감한 영업 기밀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으나, 이런 정보가 경쟁사로 흘러들어 갈 경우 해당 기업의 경쟁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과도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요구는 지난 23일(현지시각) 백악관이 글로벌 반도체·자동차 기업들을 대상으로 연 반도체 대책회의의 후속 조처다. 당시에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으니 재고·판매 현황을 파악한다는 정도로만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상무부가 관보를 통해 공개한 요구 사항을 보면, 최근 3년치 매출액, 주요 집적회로의 기술단계(나노미터), 제품별 3대 고객 명단과 매출 비중, 재고, 수율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다 판매 제품의 생산 소요 기간과 생산시설 확충 계획 등도 목록에 들어 있다.

이런 내용은 반도체 수급 현황을 파악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미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력과 고객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고객 정보는 고객사와 보안 유지 계약이 체결돼 있는데 이런 내용까지 요구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고객사들은 어느 반도체 기업에 생산을 맡겼는지에 따라 제품의 성능이 노출될 수 있어 극도의 보안을 요구한다. 미 상무부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기밀 정보는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기업은 한 곳도 없을 것이다.

이번 요구는 시장경제 국가가 지켜야 할 선을 넘은 것이다. ‘바이든판 일방주의’ 행태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더 나아가 미국 안에서 반도체 일관 생산체계를 구축하고자 제조시설을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에 대한 반도체 생산 의존도를 대폭 줄이고,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보호·육성하려는 의도다. 미국은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의 주도국답게 외국 기업들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는 과도한 요구를 철회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핵심 산업 보호를 위해 미국에 할 말은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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