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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칼럼

[편집국에서]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 관점 / 이용인

등록 :2019-11-27 18:19수정 :2019-11-28 09:42

이용인 ㅣ 국제뉴스팀장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이틀 일정을 마무리하고 26일 막을 내렸다.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캄보디아를 제외한 아세안 9개국 정상이 한국에 모여 머리를 맞댄 의미는 적지 않다.

43개 항으로 짜인 한·아세안 공동의장 성명은 총론을 포함해, 경제·사회 문화·지역 이슈까지 모든 범위를 아우르고 있다. 협력 규모와 방식도 구체적이어서, 한-아세안 협력의 새로운 이정표로 기록될 만하다.

“대한민국의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에 대한 지지”를 명시한 공동성명 6항이 눈에 띈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국은 올해 6월 아세안 국가들이 발표한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 관점’을 환영하며, 아세안 중심성을 바탕으로 한 지역 협력에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성명과 문 대통령 발언을 종합하면, 우리 정부가 ‘아세안 관점’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대응 기조로 공개 천명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아세안은 지난 6월23일 타이 방콕에서 열린 제34차 정상회의에서 의장 성명을 내놓으면서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 관점을 채택했다”고 명시했다. 성명은 아세안 관점의 주요 원칙으로 아세안 중심성과 포용성, 상호 보완성, 국제법에 뿌리를 둔 규칙 기반의 질서, 역내에서 경제 교류 증진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

‘아세안 중심성’은 강대국 틈새에서도 아세안의 정체성을 지키며 한쪽으로 쏠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포용성’은 중국을 배제하거나 중국과 대립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규칙 기반의 질서’를 내세워,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 시도는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요약하면 미국이나 중국의 일방적인 편 들기 요구나 세력 확장은 거부하면서 군사·안보보다는 경제협력에 방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아세안 10개국은 지정학적 특성을 제외하면 정치·문화·종교적 이질성이 적지 않다. 캄보디아처럼 중국에 우호적인 나라도 있고, 베트남처럼 미국 쪽에 좀더 기울고 있는 나라도 있다. 이러한 차이에도, 급변하는 국제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공통의 분모만을 뽑아낸 ‘아세안 관점’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사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꺼내 든 인도·태평양 전략은 이전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과 큰 차이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베트남에서 열린 아펙 정상회의 연설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으로 설명하는 데 그쳤다. 여기에 2년여 동안 국방부와 국무부, 전문가들이 군사·안보로 치장을 더하면서 대중국 견제용 패키지 전략으로 ‘진화’시켰고, 이전 정부 정책과의 차별성이 엷어졌다.

인도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한 것 아니냐고 하지만, 조지 부시 행정부는 인도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한 전력이 있음에도 ‘특별한’ 원자력협정을 체결해 원전 기술과 핵물질을 제공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미국이 동아시아정상회의에 가입한 것도 인도가 회원국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도에는 비동맹 때의 사고방식과 대국주의, 힌두 민족주의가 강력하게 남아 있어 즉각 협력 체제를 이뤄낼 수는 없다. 미국이나 중국의 열정적인 구애도 기실 장기 전략일 뿐이지, 단기적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결국, 부시-오바마-트럼프 행정부로 이어지면서 미국의 아시아 전략은 미-중 세력 경쟁의 약한 고리인 동아시아를 겨냥하게 된다. 특히, 대규모 미군이 주둔하고 방위비를 꼬박꼬박 내야 하는 한국과 일본은 미국이 단기적이고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손쉬운 타깃이 된다.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독자적 외교 공간이 넓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아세안과 전략적·경제적 협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문화적·역사적 차이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을 통해 협력의 토대를 쌓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할 일이다. 공동의장 성명 39항은 이렇게 돼 있다. “우리는 결혼 이주민, 다문화 가족 등이 거주 국가에 잘 통합될 수 있도록 대한민국과 아세안이 국내 정책을 공유하고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긴밀히 협업할 것을 기대하였다.”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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