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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입양 기회 줄이는 입양법 개정에 반대한다 / 정은주

등록 :2019-05-13 17:43수정 :2019-05-13 18:52

정은주
건강한 입양가족모임 대표

2018년 1월1일, ㄱ씨는 생후 8개월 된 자신의 아기를 폭행하여 두부 손상으로 숨지게 했다. 그녀는 시신을 여행용 캐리어에 넣어 자신의 집 베란다에 은닉했지만 결국 발각되었다. 이보다 7개월 전 경찰은 경기도 군포의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돌아간 ㄱ씨를 적발했고 영아 유기죄로 처벌받는다는 말에 ㄱ씨는 발길을 돌렸다.

2012년 기존의 입양촉진법이 ‘입양특례법’으로 바뀌면서 이전과는 달리 생모가 출생신고를 해야 입양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후 많은 미혼모가 베이비박스를 찾았다. 일각에서는 “입양법과 아동 유기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전국의 유기아동 수는 늘지 않았고 베이비박스에 집중됐을 뿐”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발행된 <시사저널> 1520호는 신생아 유기를 다룬 기사에서 “(통계에 잡히는 영아 살해·유기 건수는) 빙산의 일각이다. 임신한 사실을 숨기고 몰래 아이를 낳아 살해한 후 암매장할 경우 출산 사실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영아 살해·유기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입양특례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또 2015년 8월 <제이티비시>(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인터넷을 통해 아이들이 팔려 나가고 있는 충격적 현실을 보도했다. 아기를 주고받는 불법 개인입양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자신의 가족에게서조차 소외당한 미혼모가 차마 가족관계등록부에 이름을 올릴 수 없었던 수많은 아기들이 어딘가로 사라지고 있다. 반면 프랑스, 미국 등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채택한 ‘익명출산제’는 입양인의 ‘혈연을 알 권리’보다 갓 태어난 아이의 ‘생명권’을 우선시한다.

현행 입양법은 시설아동에 대한 뚜렷한 대책 없이 국외입양을 축소하고 있다. 당장 국외입양의 길이 막히면, 유기되는 장애아동들처럼 취약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은 대부분 시설에 남게 될 것이다. 국외입양을 부끄러워하기 전에 국내 장애인의 인권을 먼저 떠올려야 한다. 한편으로 국외입양을 지속하면 국내 복지가 발달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는 원인과 결과를 뒤바꾼 오류다. 국외입양은 국내 복지를 등한시한 결과물이지 국내 복지를 막는 원인이 아니다. 현재 살해 위기에 처하고 유기되고 시설에 방치되는 아이들은 국외입양을 포함하여 최대한 빨리 입양되도록 하면서 복지제도를 갖추는 일 또한 서둘러야 한다. 국외입양인 중 다수는 입양된 나라에서 잘 정착하여 살기에 굳이 한국에 돌아와 목소리를 낼 필요가 없었다. 오직 입양으로 인해 불행해졌다는 일부 국외입양인들의 목소리만 입양법에 반영된 것이다.

까다로워진 법에 따라 입양 기회를 놓치고 시설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현실을 생각해보았는가? 수년 동안 시설에 자녀를 방치하고 한번도 지원이나 면접교섭을 하지 않은 부모도 친권이 유지되어, 이들의 자녀는 입양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막힌다. 자립금이라 말하기도 민망한 액수의 돈을 들고 만 18살에 시설에서 퇴소하는 청년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제대로 된 실태조사조차 없다. 이와 같은 척박한 현실을 외면한 채 선진국형 입양법을 무작정 따라 하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 지난해 발의한 입양법 개정안을 지지하는 이들은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헤이그협약)의 내용 중 국가 책임 부분에 대해, 국가가 모든 입양 업무를 직접 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들은 지금껏 민간기관이 국외입양을 통해 부적절한 재정이익을 추구했다고 비난한다.

나는 국외입양의 모든 업무가 잘돼왔다고 주장할 생각이 없다. 다만 국외입양 수수료가 정부의 허용 범위에서 책정됐고 관리, 감독도 정부가 해왔기에 입양기관에 대한 일방적 비난이 의아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오랜 기간 입양 업무를 민간기관에 떠맡긴 채 이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갖지 않았다. 민간기관이 그토록 오랫동안 부도덕한 운영을 해왔다면 정부와 해당 분야 전문가들은 최소한 이를 방조했거나 공모했다는 뜻인가? 지금 당장 입양에 관한 모든 사회복지 영역을 정부가 맡아 운영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라. 그러나 그럴 만한 충분한 인프라나 능력도, 시설에서 커가는 아이들의 성장을 기다릴 시간도 없다면 입양기관에 정부가 직접 운영비를 지급하고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제시하는 것이 옳다. 정부와 지자체가 입양 업무를 분산하여 담당하면 절차가 복잡해지고 수속 기간과 운용 비용 등의 증가로 입양이 억제될 것이 뻔하다. 이는 ‘중앙당국이 직접 또는 인가된 단체를 통하여 입양 절차를 용이하게 한다’는 헤이그협약 9조의 내용과도 어긋난다. 헤이그협약의 기본 정신은 시설보호가 아니라 행복한 가정환경에서 아동이 자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좀 더 많은 당사자가 참여하여 살아 있는 입양법을 만들어야 한다. 누가 더 약자인지 불행을 놓고 경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미혼모 가정에 대한 손가락질은 입양가족에 대한 편견과 같은 뿌리를 갖는다. 이른바 정상가족 바깥에서 태어난 아이를 키운다는 점에서 우리는 똑같은 차별 앞에 서 있다. 미혼모 복지와 입양 활성화는 함께 가야 할 정책이지 대척점에 놓고 다른 하나를 없애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최소한의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약자들, 이들의 삶 전체를 좌우하는 법철학과 제도와 정책이라면 더 깊이 고민하고 소통하고 성찰해야 한다.

[이슈논쟁] 입양제도, 이대로 좋은가

5월11일은 ‘입양의 날’이었다. 혈연 중심 가족문화를 극복하고 국내입양을 장려한다는 목적으로 제정된 날이다. 하루 전날인 5월10일은 ‘한부모 가족의 날’로, 입양에 앞서 생부모 가정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먼저 배려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입양 장려와 한부모 지원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지만, 무게를 어느 쪽에 더 둘지에 따라 정책적 견해차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남인순 의원의 입양특례법 개정안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남 의원 쪽은 입양에 대한 공공의 책임을 강화해 각종 부작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데 비해, 한편에선 이번 법안이 입양 기회를 줄이고 시설양육을 늘릴 것이라며 반대한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와 정은주 건강한 입양가족모임 대표의 글을 나란히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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