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승
정책경제 에디터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을 입증할 ‘스모킹 건’이 결국 나왔다. <한겨레>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삼바 재경팀의 내부문서에는, 그동안 가려졌던 삼성의 시나리오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마치 비어 있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보는 느낌이다. 이들 문서는 삼바 재경팀이 작성한 주간업무 현황 자료다. 삼성물산 합병 승인 직후인 2015년 8월부터 기말 결산을 마무리해야 할 11월까지, 삼바는 물론 삼성 컨트롤타워(미래전략실)와 삼성물산, 대형 회계법인들이 분주하고 치밀하게 움직인 과정을 조목조목 기록한 비망록과 같다.

문서는 삼성이 지금까지 대외적으로 밝혀온 공식 해명을 정면으로 탄핵하는 내용으로 그득하다. 문서 내용을 조금 따라가보자. 삼바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지분’ 대부분이 몰려 있는 옛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의 자회사다. 제일모직이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합병할 때 전도유망한 삼바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가 등장한다. 삼바는 이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할 것처럼 선전했고, 회계법인들은 삼바의 시장가치를 8조원까지 끌어올렸다. 국민연금은 이렇게 작성된 합병보고서를 그대로 수용해 합병에 찬성한다. 왜 그랬을까? 삼바 문건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통합 삼성물산이 합병 시 (제일)모직의 주가 적정성 확보를 위해 삼바의 사업가치를 6.9조원으로 평가해 장부에 반영”했다고. 제일모직의 주가 적정성 확보? 이 회장의 지분가치를 최대화하기 위해 삼바 가치를 고의로 과대평가했다는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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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문제를 낳는다. 기업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린 삼바는 “자체평가액 3조원과 시장평가액 8조원과의 괴리”를 장부상 해결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한다. 더구나 에피스는 미국 합작사의 ‘콜옵션 부채’까지 걸려 있다. 회사 지분 50%가 일종의 근저당이 잡혀 있는 셈이다. 이를 장부에 반영하면 증시 상장은 물 건너가고, 주요 주주인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대규모 손실 또한 불가피하다. 이 경우, 삼바의 부채는 2조7천억원 증가해 완전 자본잠식이 되고, 삼성물산 부채는 1조8천억원 늘며 삼성전자는 3천억원 손실이 발생한다. 삼바 재경팀의 계산이 그렇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삼바는 3개월 동안 그룹 미전실과 대책회의를 열고 국내 4대 회계법인을 수시로 불러 방책을 찾는다. 그리고 ‘회계의 묘수’를 찾아낸다. 에피스를 자회사(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회계기준 변경’이 그것이다. 이후 삼바와 주주사들의 장부에는 신묘한 변화가 일어난다. 회계기준만 바꿨을 뿐인데, 삼바는 2조6천억원, 삼선전자는 1조2천억원의 대규모 이익이 발생하고 삼성물산은 손익 영향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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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삼바 사태를 ‘성공한 쿠데타’로 부른다고 한다. 실적과 무관하게 삼바의 주가는 40만원대로, 삼성물산 합병 때 뻥튀기한 기업가치의 몇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의 노림수이자 논리이기도 하다. 일단 상장만 하면 충분히 시장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을 게다. 수많은 투자자가 있는데 상장 폐지 등 없던 일로 만들 수 없다는 확신도. 삼바 내부문건은 지난 7월 1차 증선위 때는 확보하지 못한 증거다. 금융위원장이 몸통인 삼성물산의 감리 가능성을 거론했다지만, 결국 검찰 수사로 결판이 날 문제다. 삼바 사건의 본질은 복잡한 회계 문제가 아니다. ‘삼성이 왜 아무런 사정 변경이 없는데 회계기준을 바꾸었느냐’를 밝히면 되는 문제다. 이것이 곧 분식회계(회계기준 변경)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검찰이 과연 성공한 쿠데타에 엄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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