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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국론 통일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 윤태웅

등록 :2016-11-22 18:18수정 :2016-11-22 19:23

윤태웅
ESC 대표·고려대 공대 교수

대통령이란 호칭은 쓰지 않겠습니다. 부패와 무능, 그리고 거짓으로 일관하는 피의자를 더는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아버지처럼 그는 늘 국론 통일을 강조했습니다.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지요. 한데 너무도 역설적으로 그가 국론 통일을 실제로 이뤄내는 모양입니다. 대통령 퇴진이라는 통일된 국론 말입니다.

모두 똑같이 생각할 수 없는 게 사람 사는 세상입니다. 그렇게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 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민주주의라는 체제가 존재하는 까닭이겠고요. 소수자를 억압해선 안 되는 이유도 이런 민주주의의 원칙에서 자연스럽게 추론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반대편엔 전체주의가 있습니다. 단일한 역사관이 강요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사상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입니다. 그 바탕엔 다양성이 있지요. 그런데 어떻게 국론이 통일될 수 있겠습니까? 두 가지 가능성이 있으리라 여깁니다.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폭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데 다들 동의하듯, 상황이 상식적으로 너무도 명료하여 다르게 볼 여지가 거의 없는 경우가 우선 떠오릅니다. 현직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는 건 우리 현대사의 비극입니다.

민주주의의 바탕을 훼손하는 태도만큼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민주 시민의 통일된 견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체제도 다른 사람의 자유를 억압할 자유까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유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며 한 가지 사고방식을 강제하는 건 형용모순이라 해야겠지요. 안타깝게도 주변엔 자유라는 낱말을 이렇게 쓰는 이들이 없지 않습니다. 자유주의의 이름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했던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말해선 안 된다는 게 아닙니다. 자유주의나 민주주의의 깃발을 내걸고 할 수 있는 주장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지난해 이맘때 우린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역사학자 대부분이 반대하는 국정화를 정부가 끝내 밀어붙였기 때문입니다. 다음주 월요일인 11월28일 국정 교과서 현장 검토본이 공개될 예정이라 합니다. 교사용 지도서는 내년 2월 이후에 사전 검증 없이 배포할 계획이라 하고요. 그런데 국정화에 찬성했던 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 최근 결의문을 발표해 기존의 견해를 번복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헌법이 대한민국의 뿌리를 3·1 독립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에 두고 있다며,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기면 국정 교과서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런 변화가 기회주의적 태도란 비판도 있지만, 과거의 과오를 스스로 인정하고 성찰했다는 의미로 볼 여지도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하지만 교총은 여전히 적어도 반은 틀렸습니다. 교과서의 내용만이 논점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 큰 잘못은 단일한 국정 교과서로 하나의 역사관을 주입하려는 데 있습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문제지요. 이것이 역사 전문가가 아닌 제가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비판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국정화를 포기해야 합니다. 학교에선 기존의 검정 교과서를 계속 사용하면 되고요.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든 현 정권은 이미 정당성을 상실했습니다. 되돌릴 수 있는 일부터 되돌려놓아야 합니다. 지금은 역사 교과서 초안을 공개할 때가 아닙니다. 국정화 철회를 거듭 요구합니다. 국론을 통일하려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민주 시민의 통일된 국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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