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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핵무장을 하려거든 / 최종건

등록 :2016-09-20 18:15수정 :2016-09-20 19:19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한이 또 핵실험을 했다. ‘표준화’, ‘규격화’,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라는 이름으로 북한은 이번 5차 실험을 “핵탄두 폭발시험”으로 규정했다. 핵탄두 폭발시험은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기 위해 거치는 실험이다. 북한의 핵 능력은 대량생산이 가능한 양산체제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북한이 행할 핵실험은 더 이상 벼랑 끝 정책이 아닌 핵 보유를 위한 일상적 행위가 될 듯도 하다. 이제 그들은 그들이 원할 때 언제든지 핵을 실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빗나간 북한의 핵 신념 때문에 사람들의 분노와 무력감이 우리 사회에 팽배하다. 그만큼 우리는 지쳐 있다.

최근 북한에 맞서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극우 세력뿐만 아니라, 집권 여당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걱정된다.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31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누리당 의원 모임’(핵포럼) 명의로 12일 “핵무장 등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대한민국과 국민의 안위를 지켜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핵무장론은 “자위권 차원의 독자적 핵무장”에서 “미국의 전술핵 배치”까지 그 차이는 있지만, 핵으로 핵을 막자는 주장이다. 이정현 대표뿐만 아니라 김무성, 김문수, 오세훈 등 당내 유력 대선 후보들까지 힘을 보태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말이다. 정말 핵무장을 하려거든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첫째, 한-미 동맹을 파기할 수 있는 단호함이 필요하다. 미국은 우리의 핵무장을 철저히 반대한다. 둘째, 확장억제력을 제공하는 미국이라는 동맹보다 자위적 핵무장이 왜 국익에 더 도움이 되는지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 군사적 용도로 핵개발을 금지한 핵확산금지조약(NPT·엔피티)을 탈퇴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엔피티 체제 역사상 북한 이후 두번째 탈퇴 국가가 되는 것이다. 넷째, 엔피티 탈퇴 이후 국제적인 경제제재를 감수할 수 있는 단일화된 국론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의 대외무역 의존도는 90% 이상이다. 다섯째, 42년 만에 개정한 한-미 원자력협정 또한 파기해야 한다. 이 협정은 한국의 독자적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를 금지하고 있다. 여섯째, 전체 전기 생산량의 31%를 차지하는 국내 24개 핵발전소에 공급할 우라늄을 어디서 구할지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 동시에 대량정전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일곱째, 무기급 우라늄을 농축하거나 플루토늄을 재처리할 수 있는 핵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지하 깊은 곳에 땅굴을 아주 은밀히 파야 할 것이다. 여덟째, 미국에 맡겨 놓은 전시작전통제권도 환수해야 한다. 자위적 차원의 핵무장은 우리의 핵무기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완성된다. 아홉째, 미국이 핵우산을 걷어가는 순간부터 우리가 핵개발을 하는 사이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국민에게 주어야 한다. 안보공백을 채울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 열째, 북한보다 40배 이상의 국방비를 사용하고 미국을 동맹으로 확보한 우리나라가 왜 세계적으로 더 정통하고 정당한 국가의 지위를 버리고 한순간에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로 추락해야 하는지 국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초현실적 핵무장론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차라리 북한의 평화적 비핵화 방안을 강구하는 데 정책적 상상력을 집중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한때 “통일은 대박”이라고 믿었던 이 시대, 책임있는 사람들이 핵무장을 거론할 정도로 대북정책이 이렇게 막장으로 변질돼도 좋은가? 그야말로 우리 사회 내 안보 논의가 동네축구처럼 이리로 쏠렸다 저리로 쏠리는 모습이 과연 건강한 현상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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