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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인 원폭피해, 미국이 배상해야 / 김영희

등록 :2015-09-14 18:37수정 :2015-09-14 20:50

지난 8일 일본 최고재판소가 ‘원자폭탄 피폭자에 대한 원호에 관한 법률’(피폭자원호법)에 따라 피폭자 건강수첩을 교부받은 한국 거주 피폭자 3명에 대하여 의료비 전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피폭자원호법은 원자폭탄 방사능에 기인하는 건강 피해의 특이성과 중대성을 고려하여 피폭자를 구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 이 법에 따른 일반질병 의료비 지급 대상을 일본 국내에 거주하거나 일본 국내에서 의료를 받은 것을 지급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다.

1945년 8월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 당시 조선인 7만명이 피폭되고 그중 4만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쓰비시 조선소에 3천명, 미쓰비시 병기에 4천명이 있었는데 원폭으로 전멸했다는 증언도 있다. 히틀러가 만들기 전에 개발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되었던 미국의 원자폭탄은 인류 최초로 실제 전쟁에 사용되어, 일제의 식민정책으로 끌려간 무고한 조선인들도 희생되었다. 살아남은 원폭 피해자들은 백혈병, 각종 암, 정신질환 및 심장병 등에 걸렸고, 2013년 경상남도의 원폭 피해자 설문조사 결과 20.2%가 자녀에게 선천성 기형 또는 유전성 질환이 있다고 대답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은 각종 질병에 시달리다가 원폭 피해 구제와 관련하여 일본에서 오랫동안 여러 법적 투쟁을 해왔다. 원폭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으나 국내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일본으로 건너간 손진두씨는 피폭자 지원을 받기 위해 건강수첩 교부 신청을 하였으나 적법한 거주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1978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원폭의료법은 ‘전쟁을 수행한 국가의 책임’이라는 국가보상 성격도 있기 때문에 불법 입국자라는 이유로 법 적용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 재판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일본 국외 피폭자에 대해서는 원폭의료법 등의 적용을 배제하는 조처를 하였으나, 이 조처에 대해서도 곽귀훈씨가 소송을 내서 승소하는 등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의 법적 투쟁은 이어졌다. 그리고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2011년 8월 원폭 피해자 2500명이 낸 헌법소원에서 원폭 피해자를 방치한 정부의 부작위는 위헌이라고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도 원폭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10년째 입법되지 않고 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이 일본과 한국에서 40년이 넘는 법적 투쟁을 해왔고 일부 재판에서 승소도 하였으나 떠안은 피해에 비하여 돌아온 것은 너무도 보잘것없었다. 기껏해야 진료비와 약간의 수당 정도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해 그동안 입은 피해에 대한 배상과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2, 3세대에 대한 의료비 지원과 보조금 지원을 해야 한다. 나아가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국에 대한 책임 추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영희 변호사·탈핵법률가 모임 해바라기 대표
김영희 변호사·탈핵법률가 모임 해바라기 대표
1951년 2차 세계대전의 연합국과 일본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종전 조약을 체결하였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일본은 미국의 공격으로 인한 전쟁피해에 대한 배상청구권을 포기하였으나 이 조약의 당사자가 아닌 한국은 전쟁피해에 대한 배상청구권 포기 주체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2007년 4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전쟁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은 실체법적으로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결하였다. 전쟁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식민지배하의 조선인 원폭 피해자들에게 미국은 지금이라도 그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 무차별적인 핵무기 공격으로 당시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2, 3세대들까지도 평생을 괴롭히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인류 역사상 유일한 원자폭탄 실전 사용에 대하여 지금까지 미국은 책임을 진 적이 없다. 미국은 무고한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의 피해를 배상하고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김영희 변호사·탈핵법률가 모임 해바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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