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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욱의 생각의 단편] 리더의 공감결핍증후군

등록 :2013-12-09 19:06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최근 한국 대기업에 다니는 몇몇 후배와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다 대기업에는 정말 고약한 임원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일부러 새벽 일찍이나 금요일 저녁에 회의를 잡는 고위 임원. 회의 중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사소한 일로 중간간부에게 면박을 주는 고위 임원. 실행하기 어려운 상사의 지시에 대해 부하가 납득할 만한 의견을 얘기했는데도 자신의 명령에 토를 단다며 책상을 내려치고 고성을 지르는 임원. 이런 얘기를 들으며 ‘어떻게 그런 사람들이 임원직에 올랐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설득보다는 자신의 지위와 권위로 부하를 움직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나는 너의 보스니까 너는 내 말을 들어야 돼”라는 식의 발상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보스일수록 부하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쉽다.

감성지능(EQ) 이론으로 유명한 미국의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은 이처럼 강한 권력을 지닌 리더일수록 공감능력결핍증후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지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들이 승진해서 조직의 사다리 위로 높이 올라갈수록 아랫사람들은 상사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다가가지 못하며 직언도 어려워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될수록 그 고위 임원들은 부하들의 감정을 이해 못하게 되고 점점 더 자기중심적인 세계관 속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골먼에 따르면 공감능력에는 세 가지가 있다. 타인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인지적 공감능력과 타인의 감정에 즉시 공명할 줄 아는 감정적 공감능력, 그리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챙겨줄 줄 아는 감정이입적 공감능력이 있다. 리더들에게 이런 공감능력이 결핍되는 징후로서는 직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목표·전략 등을 수립하고 강요하거나, 직원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이해 못하고 차갑고 무관심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골먼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자신에게 솔직한 의견을 말해주는 그룹을 찾거나 만들어서 끊임없이 경청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회사 안을 일부러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며 직원들과 격의 없는 시간을 보내는 리더나, 보스에게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은 회사 분위기를 조성하는 리더는 이런 증상에 빠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비단 일반회사 안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어떤 조직에서나 마찬가지다. 나도 내가 모시던 보스가 직급이 더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솔직한 말씀을 드리기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리더와 부하 간의 관계를 대통령·국회의원·고위관료와 국민 간의 관계로 바꿔서 생각해봐도 된다. 조직의 보스에게도 솔직한 피드백을 드리기 어려운데 하물며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기는 얼마나 어려울까. 재벌총수, 대통령이 되어 인의 장막에 싸이게 되면 그 앞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임원이나 권력자나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말단 직원, 국민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기는 힘들어진다.

지난주 타계한 넬슨 만델라는 공감능력이 탁월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27년간의 혹독한 감옥생활을 거치면서 그는 오히려 세상에 대해 달관했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 결과 백인·흑인을 모두 아우르는 대화합을 이뤄냈고 전세계 가는 곳마다 그에게 감복하고 따르는 추종자를 만들어냈다. 말로만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고 외치며 실제는 국민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 정치인들도 ‘공감결핍증후군’에 걸리지 않았는지 돌아봤으면 한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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