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설.칼럼칼럼

[세상 읽기] 스웨덴의 경제위기 해법과 한국의 복지경쟁 / 최연혁

등록 :2012-09-09 19:20수정 :2012-09-09 23:00

최연혁 쇠데르퇴른대학 정치학 교수
최연혁 쇠데르퇴른대학 정치학 교수
유난히 비가 잦은 올해의 9월을 맞은 스웨덴 국민들의 마음은 20년 전 기억 때문에 더 어두워 보인다. 1992년 9월스웨덴의 경제는 처참히 무너졌다. 대량해고에다 스웨덴 화폐를 지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500%로 올렸다는 등의 커다란 뉴스가 국민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완전고용을 유지해 왔던 고용시장은 실업률이 10퍼센트까지 치솟앗고, 갑자기 오른 기준금리로 인해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집을 한꺼번에 매물로 내놓는 바람에 집값은 폭포수처럼 급전직하했다. 개인파산자가 속출했고,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회사들이 숱하게 문을 닫았다.

당시 야당의 당수였던 잉바르 칼손 전 총리는 집 근처에서 산책을 하다가 집집마다 붙여놓은 급매물 광고들을 보고 바로 당시 총리였던 칼 빌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웨덴 경제를 살리기 위해 협조하겠습니다.” 다음날 우익계 여당과 사민당 등 4개 정당의 당수들이 모여 위기대책 1호를 발표했다. 400억크로네(당시 한화 5조원)의 긴축재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그리고 은행이 파산할 경우 예금의 전액을 보장해 주겠다고 국민을 안심시켰다. 대량인출 사태와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한 조처였다. 또 고정환율제를 고수하겠다고 천명했다. 3차까지 이어진 긴급 경제조처가 모두 여야의 공동작품이었다.

1994년 들어 경제위기의 급한 불은 껐지만 국가채무 수준은 여전히 높았다. 복지가 당장 도마에 올랐다. 1995년 이후 실업수당을 80퍼센트에서 75퍼센트로 낮췄고, 아동수당을 삭감했으며, 병원·학교·탁아소·양로원은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갔다. 예산법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예산지출 상한제를 두어 3년 안에는 균형재정 목표치 이상으로 예산을 증액하지 못하도록 1996년 예산법에 명시했다. 마이너스 재정이 불가피할 경우 3년 내에 균형재정 상태를 회복하도록 지방자치단체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국가채무 수준을 낮추지 않으면 국가신인도가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국민총생산의 30% 이상을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하고자 했다. 경제위기는 언제든 다시 올 것이기 때문에 3년 평균 국민총생산의 1%에 해당하는 공적기금을 마련하도록 예산법에 명문화했다. 이때도 여야가 함께 예산법에 동의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경제위기가 찾아온 지 7년 만에 건전재정이 이뤄졌고, 국가부채도 2000년대 초부터 국민총생산 대비 50%대로 진입하기 시작해 지금은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렇게 되자 축소되었던 복지 분야도 상당 부분 원상복구되기 시작했고, 잠시 늘었던 양극화의 해소를 위해 경제적 소외계층을 더욱 배려하는 예산이 만들어졌다. 2000년 이후 속도가 붙은 경제성장률도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보다도 높았고, 2008년 미국발 재정위기, 작년부터 남유럽에서 시작된 유로존 위기를 거치면서도 스웨덴은 높은 세율을 통해 복지와 성장이 선순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선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복지경쟁이 포뮬러원(F1) 경주를 보는 듯하다. 장기적인 복지기금 확보와 국제경제의 어두운 상황을 감안한 현실적인 경제성장 목표치 설정, 청년실업대책, 저출산-고령화와 고용에 대한 특별대책도 없이 복지 약속을 경쟁하듯 발표하고 있다. 스웨덴의 20년 전 경제위기 극복 사례를 보면서 빌 클린턴은 우리에게 이렇게 충고하지 않을까?

“바보야, 진정 복지를 생각한다면 정치부터 바꿔야 해.”

최연혁 쇠데르퇴른대학 정치학 교수

※스웨덴에서 25년째 살고 있는 최연혁 교수가 금태섭 변호사의 뒤를 이어 필자로 참여합니다.

<한겨레 인기기사>

“방학땐 아침8시부터 밤12시까지 과외, 차라리…”
초졸·구로공단 생활…김기덕 ‘문제적 삶’
“‘김기덕 시나리오 자극적이다’고 많이들 악평 했다”
이 대통령 “일왕 방한 희망이 본뜻이었는데…”
SNS로 시민축제 된 ‘24인용 텐트 혼자 치기’
노점상 막겠다며…인도 점령한 220개의 화분
[화보] 알록달록 색 입은 가을

추천인 이벤트 너랑 나랑 '겨리 맺자'
추천인과 추천인을 입력한 신규 정기/주식 후원회원
모두에게 타이벡 에코백을 드려요

광고

광고

광고

사설.칼럼 많이 보는 기사

[사설] ‘이벤트성 충원’과 ‘반인권적 보도’가 합작한 민주당 영입 파동 1.

[사설] ‘이벤트성 충원’과 ‘반인권적 보도’가 합작한 민주당 영입 파동

[로버트 파우저, 사회의 언어] 가짜 친절, 매너리즘에 빠진 존댓말 2.

[로버트 파우저, 사회의 언어] 가짜 친절, 매너리즘에 빠진 존댓말

[사설] ‘모든 인종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외침 절실한 미국 3.

[사설] ‘모든 인종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외침 절실한 미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Weconomy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한겨레 데이터베이스 | 뉴스그래픽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더나은사회 | 탐사보도 | 서울&
스페셜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사업

맨위로
너랑 나랑'겨리 맺자'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주위에 한겨레 후원을
추천해 주세요.이벤트 참여자에게
타이벡 에코백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