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미국의 어린이들은 매년 한국의 어린이들보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1개월이나 적다”며 “새로운 세기의 도전은 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더 많은 시간 공부할 것을 요구하며, 한국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우리도 여기 미국에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5월에는 덩컨 교육장관이 학업성취도가 좋지 않은 학교 5000개를 5년 안에 폐교하고 학교 이름과 교장·교사진 등을 모두 바꿔 재개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 시행되던 강력한 학교개혁 조처를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오바마 행정부의 이런 개혁정책이 한국을 모범으로 삼은 것(수업시간 증가)이라거나 또는 한국이 모범으로 삼을 만한 것(강력한 학교개혁)이라는 식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그런 해석이 타당할까?

일단 오바마가 개혁 대상으로 삼는 미국 교육의 실상을 살펴보면, 학력수준은 국제 학력 비교평가에서 중하위권이고, 일부 지역은 고등학교 중도탈락률이 40%에 이른다. 그런데 미국 교육의 진짜 문제는 이런 거시적 지표의 이면에 있다. 바로 양극화가 지역별로 고착화되어, 교육을 통한 계층상승 따위는 아예 포기해버린 지역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심지어 소수인종 비율이 높은 저소득층 밀집지역에서는 열심히 공부하면 친구들로부터 괴짜 취급을 받거나 경원시되기도 한다. 폭력사건이 빈발해서 학생들을 금속탐지기로 검사하는 학교도 있고, 교사들이 호신용으로 권총을 지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런 지역 학교들이 중도탈락률을 높이고 평균학력을 까먹는 주범임은 불문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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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방분권적 교육재정으로 말미암아, 이런 문제가 보정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된다. 미국에서는 전체 공립학교 운영 예산 가운데 절반가량이 교육구별로 걷히는 재산세로 충당된다. 그런데 미국의 교육구는 교육구당 평균 주민이 2만명 정도이므로, 우리나라의 웬만한 동 수준밖에 안 되는 상당히 작은 단위이다. 고소득층 거주지역은 재산세가 많이 걷히니 학교 시설과 교사진이 좋다. 하지만 저소득층 거주지역의 학교는 가난하다. 극단적인 경우 (미국에서는 방학에는 교사 월급을 지급하지 않으므로)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방학 시작을 앞당기기도 한다. 오바마의 학교개혁안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학교 5000개를 폐교하고 재개교하는 데 국한된 것이 아니고, 이런 개혁을 수용하는 지역에 별도로 편성된 연방정부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재정지원책을 연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덩컨 교육장관은 흑인 비율이 높은 시카고에서 함께 일했기 때문에 이런 비참한 지역, 비참한 학교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어떻게든 이런 지역과 학교를 재활시켜야 한다는 절박한 목표를 가진 오바마에게, 한국의 높은 교육열이 부러울 만도 하다. 오바마 행정부의 교육정책과 한국 교육에 대한 발언은 이처럼 미국의 특수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과잉교육의 열병을 앓고 있는 우리나라에, 과소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정책을 견주어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오히려 오바마의 정책은, 자사고 100개를 세워 양극화를 촉진하고 교육세를 폐지하여 교육재정을 지방정부에 내맡기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방향과 반대의 지향을 가지고 있음이 지적되어야 한다. 물론 오바마는 우리나라에서 초등학생이 학원 다니기에 지쳐 자살을 한다든가, 고등학생들이 밤 10시 반까지 학교에 갇혀 있다든가 하는 일을 제대로 알지도 못했을 것이고 말이다.

이범 교육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