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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칼럼

[강준만칼럼] 지방은 식민지다

등록 :2008-11-02 22:07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강준만칼럼
내년 3월부터 수도권에서 대기업의 공장 신증설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수도권과 재계는 환영하지만, 비수도권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이번 조처는 대한민국을 없애고 서울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했고, 박성효 대전시장은 “수도민국을 만들겠다는 어이없는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과연 그런가? 이명박 정권은 ‘서울공화국’이나 ‘수도민국’을 만들려는 건가? 동의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서울공화국’이자 ‘수도민국’이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주역은 수도권만이 아니다. 지방 유권자들도 대거 가세했다. 이명박 후보의 정책을 모르고 표를 던진 것도 아니다. 서울시장 시절에 잘 드러난 그의 지방에 대한 생각과 비교해 보자면 이번 조처는 대단히 온건한 편이다. 이는 아직도 지방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 만한 정책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 정치엔 영원한 수수께끼가 하나 있다. 그건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의 행태에 관한 것이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자리는 대통령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는 평소 국가 전체를 생각하는 언행을 하는 게 상식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상식은 없다. 오히려 정반대다. 지방을 모독하는 언행을 밥 먹듯이 한다. 왜 그럴까? 그렇게 해도 대통령 되는 데에 아무런 장애가 안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온갖 독설을 퍼부으며 수도권 규제 철폐를 요구하고 나섰을 때 어느 지방 언론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은 장남에게 모든 것을 바쳐 대학 졸업시키고 잘살게 해줬더니 동생들 것까지 뺏어 가겠다는 심보에 다름 아니다. 이미 장남은 비만으로 헉헉거리고 동생들은 기아에 허덕이는데도 말이다. 지난 대선에서의 선택이 오늘이듯, 수도권 노래만 부르는 김문수·오세훈을 4년 또는 9년 후 다시 선택할 것인가 자문해 봐야 한다. 반드시 그들을 기억해 두자. 여기에는 영남도 충청도 강원도 호남도 따로 없다.”

그러나 기억해도 소용없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지방 유권자들은 지역주의에 중독돼 있어 김 지사가 대선에 출마해도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그게 바로 김 지사가 믿는 구석이기도 하다. 지방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이제 진실을 말할 때가 되었다. ‘서울공화국’이나 ‘수도민국’이라는 말로는 대한민국을 설명하지 못한다. 대한민국은 두 개의 나라다. 지방은 식민지다. 이른바 ‘내부 식민지’다. 내부 식민지의 작동 방식은 제법 복잡하다. 내부 식민지를 영속화시키는 장치가 내장돼 있기 때문에 ‘수도권-지방’이라는 이분법으로는 규명하기 어렵다.

수도권의 빈민층과 지방 토호를 생각해 보라. 이들을 ‘수도권-지방’이라는 이분법으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수도권의 빈민층은 지방에서 뿌리뽑힌 채 쫓겨난 사람들이다. 지방에선 먹고살 길이 없어 강제이주를 당했다는 뜻이다. 지방을 살리자는 건 이들을 살리자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수도권 규제 철폐론자들은 수도권 빈민층을 수도권 규제 철폐의 전위부대로 이용하는 만행을 저질러 왔으니 이게 될 말인가.


반면 지방 토호는 수도권과 지방에 양다리를 걸친 ‘이중국적자들’이다. 수도권에 집 한두 채 정도는 갖고 있으며 자녀들과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수도권으로 옮겨 갈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도 ‘지방 살리기’를 원하긴 하지만 적극적이진 않다. 달리 말해 ‘수도권-지방’ 문제는 계급 문제라는 뜻이다. ‘지방 살리기’ 운동이 수도권 서민층과 연대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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