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유레카
조직 내부의 불법 또는 비리를 외부에 고발하고 나선 사람을 내부고발자라 부른다. 영국의 경찰이 범죄 현장을 적발하면 호루라기를 불었다는 것에서 비롯된 ‘휘슬블로어’(Whistleblower)란 영어 표현도 많이 쓰인다. 미국 닉슨 대통령을 끌어내린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나온 ‘디프스로트’(Deep throat)란 말도 있다.
한 사람의 내부고발은 그 조직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기도 하고, 크게는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다국적 제약업체인 머크의 바이옥스라는 관절염 치료제는 한때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한 과학자는 이 약이 심장발작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식품의약청 주요 관련자들은 이 사실을 숨겼고, 자료 조작까지 시도했다. 이 과학자는 학술지 발표라는 방법으로 고발했고, 바이옥스는 곧 시판이 중지됐다.
1992년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깨끗한 손’(마니풀리테) 운동은 정치자금에 시달린 한 기업가의 양심선언에서 비롯됐다. 밀라노 검찰은 일년 동안 유력 정치인과 대기업 총수 등 3천여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 1400여명을 체포하고 1천명 이상이 유죄 판결을 받도록 했다. 이 사건은 다음 선거에서 정권까지 바꿨다.
삼성이 자신의 ‘깊은 목’에서 일했던 내부고발자 한 사람을 만났다. 싫든 좋든 삼성이란 구조체는 이 땅의 지배이데올로기가 됐다. 역설적이게도 그 힘의 원천은 정치인과 검찰과 국세청과 언론이 아니라, 무작정 삼성을 태극기처럼 자랑스러워하고 아끼는 많은 서민들인지도 모르겠다. 그 아끼는 마음을 “삼성, 이대로 영원히”로 오독해서는 안 된다. 사랑의 대상은, 달라지겠다는 당당한 얼굴이지, 뒷구멍만 찾는 궁색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삼성의 한계라면, 그런 삼성이 이 시대, 이 사회, 이 나라 경제를 인도하는 출구여서는 안 된다. 그건 참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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