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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칼럼] 독일인들이 한반도에 주는 교훈

등록 :2007-10-16 18:29

권태선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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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노무현 대통령은 귀국보고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첫 회담을 마치고 정말 잠이 오질 않았다. 양측 간에 사고방식의 차이가 엄청나고 너무 벽이 두터워서 눈앞이 캄캄했다”고 말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1차 회담 뒤엔 남쪽에서 쉽게 쓰는 북한의 개혁과 개방이란 말이 북쪽 사람들에겐 영 거북한 이야기였다며 앞으론 정부 차원에서 북한의 개혁개방이란 말을 쓰지 않겠다고도 했다.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통일부 홈페이지에서 북한의 개혁개방 유도란 표현이 사라졌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북한 눈치보기라는 비난도 나왔다.

그러나 통일 17돌을 맞아 찾은 독일에서 다양한 독일인들을 만나고 돌아온 뒤, 역지사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노 대통령의 말은 실감으로 다가왔다. 독일 방문 중 만난 볼프강 티어제 독일 연방의회 부의장을 비롯한 동독 출신 의원들과 그 밖의 많은 동독 출신 인사들이 통일과 관련해 한결같이 아쉬움을 나타낸 것은 통일을 통해 기존이념을 넘어선 새로운 사회를 만들 가능성도 있었는데, 그 기회를 잃었다는 것이었다. 또 통일 이후 17년이 지났음에도 통일의 후유증을 극복 못하는 것은 동서독인들이 상대 처지에서 역지사지하는 일에 소홀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독일 통일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으로 사민당과 녹색당의 연정 당시 연방의회 의장을 역임한 티어제 부의장은 동서독이 균등한 삶의 질을 누리는 진정한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인내와 노력 및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40여년이나 유지돼 온 서로 다른 체제를 지나치게 급속하게 통합하려 한 것이 지연의 가장 큰 이유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제적 통합과정에서 빚어진 문제가 아직도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지만, 동독인들의 식민지 의식 또는 2류시민 의식의 배경은 통일 이후 동독의 문화나 언론 분야가 완전히 힘을 잃어버린 탓이 크다고 말했다.

동독에서 기자로 일하다 통일 후 출판업자로 변신한 크리스토프 링크스도 티어제의 말에 동의했다. “문화부문에 대한 서독의 점령은 철저했다. 중앙텔레비전이 폐쇄됐고 문화 과학부분의 엘리트 등 지식인들은 완전히 교체됐다. 동독 최고의 대학인 훔볼트대 교수의 80%가 서독인으로 바뀌었다. 동독 언론인들과 문화인들은 통일을 지지했지만, 서독에선 그들이 비판의식이 없다며 백안시했다.” 실제로 링크스가 내년 출간을 목표로 통일 이후 동독 출판산업의 변화를 추적한 바에 따르면 통일 이후까지 살아남은 동독 출판사는 10%도 안 되고 현재 그 출판사들이 출간하는 책은 독일에서 출간되는 책의 3%에 지나지 않는다.

지식인들의 좌절과 함께 신헌법 제정 논의가 무위로 돌아간 것 역시 통일 후유증을 더 오래 겪게 만든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독일 통일세대를 연구하는 루츠 니트함머 교수는 “두 나라가 합치는 과정은 상호존중의 과정이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신헌법 제정은 중요했다. 비록 90% 이상 서독 헌법 내용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나라의 근본틀을 만드는 데 머리를 맞댔다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엄청난 차이를 갖는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서독은 헌법에서 쉼표 하나 바꾸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티어제 부의장은 이런 독일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인들에게 경제적·사회적 변화는 오랜 이행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 쉽게 좌절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그렇다고 “잘못을 저지르는 일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통일 이후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독일인들이 통일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며 “통일은 자연스럽고 분단은 부자연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권태선 편집인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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