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피하다가 우연히 위를 보았다. 금방이라도 초록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았지만 뒷면은 뽀송뽀송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빗방울이 잎을 통과하지 못하고 낮은 곳으로 몰려들더니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흘러내렸다. 역광에 비친 물방울을 품은 초록 잎도 서리 맞은 붉은 것만큼이나 아름답다. 자연이 디자인한 예쁜 우산이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