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을 맞아 국내 ‘서핑 성지’라 불리는 강원도 양양 해변을 찾는 이들이 많다. 양양 앞바다는 수심이 낮고 1년 365일 내내 평균 이상의 파도가 쳐서 초보자들이 서핑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백사장도 넓어 서핑 강습 등 부대 활동을 하기에도 좋다. 서핑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덩달아 서핑숍과 술집, 카페 등 상업시설도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시설이 바닷가 모래밭에 설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닷가 모래밭은 공유수면이다. 공유수면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바다, 강, 하천 등의 수면을 말한다. 공유수면을 이용하려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여기엔 조건이 있다. ‘자연경관을 훼손하지 않고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룰 것’ ‘침식 등으로 인한 재해 발생 가능성이 없을 것’ ‘다른 사람이 공유수면을 이용하거나 통행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 것’ ‘그 밖에 공익을 침해할 우려가 없을 것’(해양수산부 장관 고시) 등이다. 그런데 양양 백사장에 들어선 상업시설은 업주들이 점포 주위에 울타리를 설치하고 개인 파라솔을 설치하지 못하게 한다.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었던 공간을 독점적, 배타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각종 인공 구조물이 자연경관을 해치고 생태 환경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기존 해수욕장 시설은 여름 한철 장사를 위해 임시시설인 가설건축물로 허가를 받아 여름철이 지나면 철거한다. 하지만 서핑 관련 상업시설은 똑같이 가설건축물로 허가를 받았지만, 허가 기간이 30년이나 돼 임시시설로 볼 수 없다. 100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콘크리트 건물을 30년 만에 철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사실상 영구시설로 봐야 한다.
굳이 서핑숍과 술집 등이 바닷가 모래밭에 있어야 할까. 조금만 뒤로 물러나 해안가 도로 주변에 설치해도 서핑을 즐기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이미 들어선 시설을 소송으로 바로잡기도 힘들어 보인다. 환경 소송 전문인 진재용 변호사는 “공유수면은 국가 소유라서 주민들이 원고로 나설 경우 원고 자격이 논란이 될 수 있다.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법대로’가 아니라, ‘상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서핑 영화에 나오는 해외 유명 서핑 포인트의 바닷가 백사장에는 술집도, 카페도 없다. 오직 파도와 서퍼들만 있을 뿐이다. 서핑에 파도만 있으면 그뿐 아닌가.
이춘재 논설위원 c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