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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묻는 기후소송 두번째 공개 변론이 열린 지난 5월2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구인 진술자 3인 중 한명인 한제아 아기 기후소송 청구인이 최후 진술문과 함께 ‘반드시 행복은 오고야 만다’는 꽃말의 마리골드 종이꽃을 손에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묻는 기후소송 두번째 공개 변론이 열린 지난 5월2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구인 진술자 3인 중 한명인 한제아 아기 기후소송 청구인이 최후 진술문과 함께 ‘반드시 행복은 오고야 만다’는 꽃말의 마리골드 종이꽃을 손에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석태 | 전 헌법재판관

 2020년 3월, 19명의 청소년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2020헌마389). 국회가 제정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을 비롯한 관계 법령 등과 정부가 시행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미흡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유사한 취지로 소원 당시 ‘딱따구리’라는 태명을 가진 태아를 포함한 영유아가 참여하여 ‘아기 소송’으로 불린 헌법소원 등 합하여 4건의 ‘기후위기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현재 병합 심리 중이다.

기후위기 헌법소원은 지난 4월23일과 5월21일 공개 변론을 열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은 변론 머리에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해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라며,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 충실히 심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청구인 쪽은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배출량 대비 2030년까지 40% 줄이기로 한 탄소중립기본법 등과 정부 정책이 청구인들에게 보장된 환경권과 건강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 재판은 개인의 이해관계를 넘어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국회의 입법과 정부의 정책을 다루고 있어 그 파장이 산업계 전반에 미칠 정도로 중요한 소송이다. 청구인들은 특히 파리기후협정 등 국제조약에 따라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 수준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국가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가 정한 탄소 배출 한도치의 관점에서도 불충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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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환경계획(UNEP)이 2023년 발표한 기후 소송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3년 제기된 소송은 전세계적으로 2100건 이상에 달한다. 미국이 1500건이 넘어 압도적으로 많고 이어 독일(38건), 브라질(30건), 인도네시아(12건)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이 소속되어 있는 동아시아 지역은 한국이 처음이어서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소송을 주목하고 있다.

이날 변론에는 청구인 쪽 참고인으로 박덕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정부 쪽 참고인으로 유연철 전 외교부 기후변화대사가 출석했다. 청구인 쪽 대리인은 최종 변론에서 “이 사건의 본질은 청구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기후위기와 관련해 우리가 현재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며, “지금 우리 사회는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고 국가는 국민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쪽 대리인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2%에 달하고, 배출 탄소의 70% 이상이 에너지 산업과 제조업에 집중되어 있다”며, “이러한 산업 구조를 바꾸는 것은 관련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생산 기반을 정리해야 하므로, 단시간에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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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인들인 전문가 의견 청취에 이어, ‘아기 소송’에 청구인으로 참여한 서울 흑석초 6학년 한제아양이 발언했다. “어른들은 ‘말을 잘 들어라’라며 우리에게 어린이다움을 강조하지만, 기후위기 해결과 같은 중요한 책임에 관해서는 대답을 피하고 미래의 어른인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10살 때 멸종위기 동물을 이미 알고 있었고, 기후변화로 봄과 가을이 줄어드는 것을 알았다. 알면 알수록 제 미래가 위험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날 변론이 종결된 헌법재판소 재판관 4명은 올해 10월까지 퇴임하고 새 재판관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재판관이 새로 임용되면 사건들이 이들에게 재배당되고, 관련 기록들을 전부 다시 읽어야 한다. 평의 또한 새로 해야 하므로, 가까운 시일 내에 결정이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렇게 되면 기후 소송의 중요성과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큼에 비춰 실망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점 때문에 재판관 변경 이전에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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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기후 공약을 감시하는 국제단체인 ‘기후행동추적’(CAT)은 “모든 국가가 한국 수준의 목표를 갖고 있다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이번 세기 말까지 최대 3도의 기온 상승을 야기한다”고 경고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 7월 발간된 보고서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한 탄소 감축 정책 면에서 한국 정부의 실질적인 노력이 ‘매우 불충분하다’(Highly Insufficent)고 평가했다.

한편 최근 들어 국제적 기후위기 소송에서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가장 먼저 2019년 12월 네덜란드 대법원에서 자국 정부가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25% 줄여야 한다는 취지의 원고 승소 판결이 선고되었고, 2021년 4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도 연방기후보호법이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지 않아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또 64살 이상의 할머니들이 회원인 시민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 4월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책이 불충분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례들은 각국의 여건상 차이가 있으나, 파리기후협정에 기초해 청구의 당부를 다루는 점에서는 본질에서 동일하다. 이 결과들은 이번 헌법소원에서 한국 정부에 대해 선진국 수준에 걸맞은 탄소 감축을 촉구하는 청구인들 주장의 당부를 가리는 데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5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유럽연합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평균 기온이 역대 5월 중 가장 높았다”며 “특히 지난해 6월부터 12개월 연속 ‘역대 가장 더운 달’을 매달 기록 중이다”라는 우려 섞인 기념사를 했다. 또 보도에 의하면, 지난 2일 온난화로 여름이 길어진 현실을 반영해 기상청이 한반도의 ‘계절별 구간’을 손보는 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상고온과 극단적 폭염·폭우 등 ‘혹독한 여름’이 길어지는 현실을 고려해 한반도의 계절별 길이 전반을 재설정하는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뚜렷이 구분되는 사계절 대신 혹서와 혹한으로 양분된 계절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