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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밖에서 무료급식을 기다리던 어르신들이 저마다 젊을 때의 패기를 말하자 탑골공원 뒷골목은 이내 떠들썩해졌다. 한국전쟁 때 피난 가서 고생한 얘기, 월남전에서 귀신 잡은 얘기, 사우디아라비아 가서 모래 먹은 얘기 등 굴곡진 현대사의 축소판이었다. 그러다가 급식소 문이 열리자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어려운 시절을 견디고 살아남은 노인들은 ‘가난’이라는 거대한 적 앞에서 말없이 허기진 배만 채울 뿐이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침묵 속에만 있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