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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지난 20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총통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타이베이/AP 연합뉴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지난 20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총통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타이베이/AP 연합뉴스

왕신셴 |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석좌교수

 라이칭더 새 대만 총통이 지난 20일 취임식에서 ‘민주적 평화번영의 새 대만 건설’이라는 제목의 취임 연설(‘520 연설’)을 했다. 이날 오후 중국 대만사무판공실은 즉각 라이 총통을 ‘대만 독립일꾼’으로 규정하고, 그가 대만 독립이라는 분리주의 입장을 고집하고 “외세에 의존해 독립을 추구한다”는 비판 성명을 냈다. 왕이 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도 강경한 비판 발언을 했고, 중국 관영매체도 잇달아 비판 기사를 냈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23~24일 대만 주변에서 대규모 훈련을 했다.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우선 역대 민진당 총통 3인의 취임 연설에 대한 중국 반응을 비교해 보자. 2000년 천수이볜 총통은 대만 독립을 선언하지 않는 것을 포함한 ‘4불1무’ 정책을 제시했고, 중국은 “그의 선의의 화해에는 진정성이 없다”며 “행동을 지켜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2016년 차이잉원 총통은 비교적 온건한 발언을 했고 베이징은 “미완성 답안지”라고 응답했다. 이전의 유연한 대응과 달리, 이번 라이 총통의 연설에 대해 중국은 그가 ‘양국론’을 분명히 옹호하는 분리주의자라고 비난했다. 라이 총통에 대한 규정과 관영매체의 강력한 비판 등에 비춰볼 때, 양쪽의 중대한 양보가 없다면 향후 양안 관계는 낙관적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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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라이 총통은 ‘520 연설’에서 베이징 당국을 “중국”이라고 부르며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서로 종속되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은 이런 발언이 대만을 국가로 간주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1624년 대만은 타이난에서 출발해 대만 세계화의 시작을 알렸다”, “타이난 400년” 등의 발언은 대만과 중국 본토의 역사를 갈라놓는 것으로 본다. 지난 4월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중국 주석이 ‘중화민족’과 ‘중화문화’를 여러 차례 언급한 것은 라이 총통이 취임 연설에서 이런 중립적이고 양안 간 공통되는 지점을 언급해 달라는 암묵적 요구였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무산됐고, 이 점도 중국이 강하게 대응하는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셋째, 중국이 ‘연합리젠 2024A’라고 명명한 이번 군사훈련은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에 이뤄졌던 군사훈련보다 더 넓은 지역에서 실시됐고, 위치도 대만에 훨씬 가까웠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번 훈련의 이름이 ‘2024A’라는 것이다. 앞으로 2024B나 2024C 이름이 붙은 훈련이 더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 훈련 장소와 규모, 배치된 항공기·군함 등을 볼 때 대만을 봉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만 해협을 ‘내부화’하는 훈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도련(섬들로 이어진 사슬이라는 의미로 중국의 해양 전략) 안팎 일체연동’이라는 말을 처음 썼는데, 이는 이번 훈련이 ‘제1도련(오키나와-대만-남중국해)의 돌파’를 뜻하며, 대만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와 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520 연설’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본다. 이에 중국은 미국을 비난하는 것을 넘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 미 군수기업 12곳에 대한 제재를 최근 발표했다. 지난 한달 새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과잉 생산’을 비난하고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데서 한발 나아가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만 문제가 ‘520 연설’을 통해 전면에 등장했다. 중국은 이를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바이든·시진핑’ 회담에서 양쪽이 합의한 ‘대만해협 군사 위험에 대한 공동 관리’가 흔들리는 것으로 본다. 미국 대선이 다가올수록 모든 문제의 민감도와 취약성이 급증할 것이며, 이 두 돌풍의 중심에 있는 대만과 동아시아 지역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