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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취임 2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취임 2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준일 | 시사평론가

정권을 평가함에 있어 무능함과 사악함은 구분해야 한다. 둘을 구분하는 이유는 정권 평가를 엄밀하게 하기 위함이다.

김영삼 정권은 사악하지는 않았지만 경제적으론 확실히 무능했다. 하나회 척결 등 결단력이 돋보이는 순간이 있었지만 외환위기가 오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고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은 사악했지만 상대적으로 유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해낸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사적 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했다. 박근혜 정권은 적당히 무능했고 상당히 사악했다. 공무원 연금개혁, 기초연금 확대 등은 분명히 평가받을 부분이 있지만 최순실(현 최서원) 국정농단을 방치하거나 묵인했고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등 국민의 자유를 탄압했다. 그러면 여기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정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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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무능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4%였다. 집계를 시작한 1954년 이래 대한민국이 1%대 이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적은 지난해 포함 총 6번이다. 미국 원조가 급감한 1956년(0.6%), 제2차 석유 파동이 있었던 1980년(-1.6%), 아시아 외환위기의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의 2009년(0.8%), 코로나19 팬데믹이 전세계를 강타한 2020년(-0.7%) 등 다섯번은 명확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에는 25년 만에 일본에 경제성장률을 추월당했다. 지난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4위로 멕시코에 추월당했고 2020년에 톱10에 오른 이후 하락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2년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477억달러 적자로 208개국 중 세계 19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72위였다. 과거 한국 순위는 2017년부터 5위, 6위, 11위, 8위, 18위였다. 심각한 무역수지 불균형 배경엔 대중국 무역적자가 있다. 지난해 한국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으로 180억달러 대중국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2018년엔 556억달러 흑자였다. 대중 수출품 반도체 편중, 미-중 공급망 갈등, 중국 경기부진 등이 원인으로 꼽혔지만 윤석열 정부의 미·일 편중 외교와 중국 무시가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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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5.1%, 지난해 3.6%였다. 통계청의 2023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물가 변동 영향을 제거한 실질소득은 3.9% 감소해 통계 작성 이후 17년 만에 최대 폭으로 줄어들었다. 경제가 이렇게 망가졌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철 지난 낙수효과론에 매달리며 공격적인 부자감세로 나라 곳간을 텅 비게 만들었다. 2023년 한국 관리재정수지는 87조원 적자로 국가 위기상황을 제외하곤 가장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불용예산 45조원과 외국환평형기금에서 빌려서 쓴 돈까지 합치면 실제 적자 폭은 훨씬 더 클 것이다.

지금까지는 무능함의 증거다. 여기에 윤석열 정권의 ‘의도된 사악함’을 보여주는 지표가 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5월3일 발표한 2024년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62위로 2023년 47위에서 15단계 추락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정치권력이 언론에 특별히 개입하지 않으면 30~40위대를 기록해왔다. 반면 69위를 기록한 2009년(이명박 정부)과 70위를 기록한 2016년(박근혜 정부)을 보면, 정권이 임명한 공영방송 사장들이 언론인들을 대거 징계하거나 해고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표현의 자유를 훼손했다. 올해 언론자유지수 한국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자들을 고발했고 정부가 공영방송 경영진 임명에 개입해 편집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여기에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특정 언론만 표적심의하고 역대 최다 법정제재를 남발한 것까지 포함한다면 한국 순위는 더 떨어졌을 수도 있다.

윤석열 정권은 한국갤럽의 역대 정권 취임 2년 기준 국정수행 지지율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초대 이승만을 제외하고 역대 대통령 최다인 10번째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해외직구를 갑자기 막았다가 사흘 만에 철회하는 대혼란이 생겨도 대통령은 책임지지 않는다. 역대급으로 무능하고 사악하며 주요 정책을 즉흥적으로 결정하되 문제가 생겨도 책임지지 않는 정권을 국민은 3년을 더 봐야 한다. 국민 인내심의 한계가 오고 있다.